[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기록보다 1구·1이닝이 소중하고 중요하다”. 진지한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데뷔 8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첫 승의 기쁨을 누린 SK 와이번스 투수 이창욱의 얘기다.
이창욱은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4-4로 맞선 11회말 등판해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그 사이 타선이 4점을 뽑아내면서 팀은 8-4로 승리했고, 이창욱은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이튿날인 18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이창욱은 “축하 전화가 3~40통 왔다. 아내가 TV를 통해 마운드에 오른 모습을 지켜봤는데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며 많이 좋아했다. 울었다고 하더라”라며 머쓱한 듯 웃어 보였다.
이어 팽팽한 상황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던 것에 대해 “구속이 빠른 투수도 아니고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팽팽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를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안 좋을 땐 피해 가는 승부를 많이 하는데, 공격적으로 타자들과 맞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군상상고 고려대를 졸업한 이창욱은 2007년 SK 2차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창욱은 입단 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군대에 다녀온 후에도 어깨 부상은 계속됐다. 이창욱은 “지난해부터야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을 이어온 이창욱의 버팀목은 단연 ‘가족’이었다. 이창욱은 6년 전 지금의 아내와 10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토끼같은 두 아들의 아빠다.
이창욱은 “재활과 2군에 머무를 때 많이 힘들었다.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닌데 힘든 내색 없이 말썽꾸러기 두 아들을 키우면서 고생 많이 한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야구를 포기했을 것 같다”고 아내를 향한 애정을 그러냈다.
“8년 만에 승리를 맛본 것도 정말 값지지만, 기록보다는 한 개 공을 던지는 것과 한 타자를 상대하는 것 또 1이닝을 던지는 게 더 소중하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이창욱. 그의 1군 세번째 등판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린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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