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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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관계의 예방주사다"…엑소 크리스 사건을 보는 전문가 시각

기사입력 2014.05.16 04:19 / 기사수정 2014.05.16 16:48

한인구 기자
크리스가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크리스가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신곡 중독(Overdose)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했던 그룹 엑소에 적신호가 켜졌다. 멤버 크리스(본명 우이판·24)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한·중 합작 그룹으로 아시아권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엑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5일 크리스의 법무법인 한결 관계자는 엑스포츠뉴스에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판결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원고는 크리스의 본명인 '우이판'이며 피고는 현 소속사 대표 이사 '김영민'이다. 한결 측은 소송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SM 측은 같은 날 "(소송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며 매우 당황스럽다. 엑소의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크리스는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엑소의 중국 유닛인 엑소M의 리더로 활동 중이었다.

팬들이나 일반 대중은 이번 사건을 매우 착잡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가요 관계자와 평론가들은 어떤 관점으로 이번 사태를 파악하고 있을까.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우선, 슈퍼주니어 한경(30)의 탈퇴와 동방신기 멤버 탈퇴에 이어 이번 엑소 크리스도 SM 소속 가수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 SM이 소속가수들과 체결하는 계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인 것이다.

슈퍼주니어의 한경은 2009년 12월 소속사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경은 2010년 1심에서 승소했고 2010년 SM이 항소하면서 2심으로 이어졌다. 결국 양측은 원만히 합의 끝에 취하서를 제출해 소송을 종결했다.

한경은 슈퍼주니어를 탈퇴한 뒤 현재 중화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TV 음악프로그램 '음악풍운방'에 출연해 슈퍼주니어에서의 제 뜻과 맞지 않는 활동에 불만을 토로했다. 크리스의 정확한 입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경과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크리스의 이탈, 엑소의 앞으로의 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 ⓒ 엑스포츠뉴스 DB
크리스의 이탈, 엑소의 앞으로의 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 ⓒ 엑스포츠뉴스 DB


동방신기 전 멤버였던 김재중(28) 박유천(28) 김준수(27)가 SM을 떠났을 때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이들은 2009년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적 다툼 끝에 SM은 2012년 11월 이들과 계약을 끝내기로 합의했으며 세 멤버가 소송을 제기한 2009년 7월 31일 자로 전속계약을 종료했다.

한 매니지먼트 종사자는 "연습생들은 수익 분배와 사생활 통제 등 매니지먼트사에서 전부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연습생 때 소속사와 체결한 계약이 불공정할 수 있다"며 "팬들이 볼 때는 스타지만 소속사에서는 스타로 만들어줬으니 따르라는 식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SM과 JYJ 멤버들과의 재판 후 계약조건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알려졌지만, 과거에 비해서도 크게 변화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박지종은 "과거 소녀시대 윤아의 계약기간이 13년이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SM은 소속가수의 관리를 잘하는 편인데, 이 과정에서 가수 사생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대중가요평론가 황선업은 "SM은 '자사 아티스트 주의'가 강하다. 가족 같은 분위기지만 아티스트를 자사에서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말도 들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약 문제보다는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문화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크리스가 생각했던 것과 실제 한국의 연예계 활동 및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아직 정확히 드러난 것은 없지만 크리스 본인이 생각했던 한국 문화와 실제 모습의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크리스. 그와 SM 만이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DB
논란의 중심에 선 크리스. 그와 SM 만이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DB


한경에 이어 크리스가 중국계 멤버인 점에 주목해, 이번 소송이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라기보다는 중화권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홀로 활동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SM의 힘으로 유명해지고 얼굴을 알려 상품가치가 생긴 만큼, 중화권 기획사와 손잡고 홀로 큰 수익을 내는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가요계에서는 SM을 의식해 브로커는 없겠지만 중국에서는 크리스 측에 중국 기획사 쪽과 맞닿아있는 브로커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도 솔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가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느끼는 인기에 비해 회사에서 받는 대우에 괴리감을 느꼈을 수 있다"며 "한국인은 한국법에 얽매이지만 한경, 크리스 같은 중국인의 경우 국제소송으로 진행된다. 재판 과정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법도 한국법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번 소송 건으로 SM과 엑소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크리스의 소송은 전작 '으르렁'으로 상승세를 타던 엑소에게 찬물을 부은 격이다. 

정덕현은 "새 앨범을 발표하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건 기획사에 당황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면서 "엑소는 안무가 중요한 그룹이기에 크리스 한 명이 빠지면 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크리스 측이 SM에 소송을 제기했던 날은 엑소가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에 오른 날이었다. 앵코르 무대에는 엑소K 리더 수호만이 올랐다. 그는 "큰 상을 주신 '엠카운트다운'에 감사하고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이 스승의 날인데, 이수만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멤버들도 사랑합니다. 저희 구호가 'We are One(위 아 원)'인데 자신만이 아닌 팬 여러분을 생각하는 엑소가 되겠습니다"고 소감을 전하며 크리스와 나머지 멤버들 사이의 온도차를 실감하게 했다.

엑소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 멤버들이 모여 구성된 팀이라는 것이 주요했다. 한류의 흐름도 쌍방향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중국으로만의 일방적인 흐름은 반한류를 초래할 수 있다. 정덕현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중 합작관계에 예방주사를 맞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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