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카솔라와 윌셔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2014 잉글리시 FA컵' 32강전에서 코벤트리를 4-0으로 제압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을 향해 '실패 전문가'라고 칭했다. 벵거 감독만 지칭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무관으로 지낸 9년,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들도 같은 실패자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 아스날은 무관을 끊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무대가 어떻든, 상대가 약체든 강호든 아스날은 위기를 이겨내는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올 시즌 마지막 남은 FA컵에서는 다른 모습이다.
또 다시 무관의 아픔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아스날이 놀라운 힘을 냈다. 이번만큼은 무관을 끊겠다는 투지가 엿보였다. 아스날이 극적으로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아스날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위건 애슬레틱과의 2013-14시즌 FA컵 준결승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위건을 꺾고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한 아스날은 9년 동안 이어진 무관을 끊을 기회를 잡게 됐다.
FA컵은 아스날이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이미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캐피탈원컵은 물건너간 상황이다. 그만큼 FA컵에 기대는 아스날의 마음은 절박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위건전을 앞두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FA컵밖에 없다. FA컵은 내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접한 축구경기다. FA컵은 내게 꿈의 무대"라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도 불안했다. 야야 사노고를 최전방에 둔 아스날은 좀처럼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주도권을 잡고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던 아스날은 후반 위건에 페널티킥까지 허용했다.
동점골이 참 터지지 않았다. 올리비에 지루와 키어란 깁스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준 아스날이지만 골대에 막히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볼이 몸을 날린 상대 수비에 걸리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아스날의 무관이 더 이어질 것이 현실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전같으면 그대로 무너졌을 아스날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비수들까지 공격에 나서면서 득점에 힘을 더한 아스날은 종료 8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킥을 허용했던 페어 메르테자커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동점골을 뽑아냈고 아스날은 우승이라도 한듯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투지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우카시 파비앙스키 골키퍼가 위건의 1,2번째 키커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2004-05시즌 FA컵을 우승한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9년 동안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보지 못했던 아스날이 이번 FA컵을 대하는 간절함이 엿보인 120분이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