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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t] "先경박 後중독"…가요계, '병맛'코드가 뜨는 이유

기사입력 2014.03.24 18:15 / 기사수정 2014.03.24 20:08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B급'이라고 불리던 비주류 음악들이 사랑받고 있다. 단발성이 음악이 아닌 차근차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오렌지캬라멜, 크레용팝 등이 '그들만의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거부감을 드러내던 가요팬들도 어느새 특색있는 음악의 등장이라며 반기게 됐다. 

'B급'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음악에는 공통적으로 '재미'라는 요소가 있다. 2012년 여름 발매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표적인 곡이다. '강남스타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전자음과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가사로 웃음을 안겼다. 개그맨 유세윤의 UV가 2010년 발표한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독특함이 살아있다.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라든가 '너의 일촌 댓글 파도타고, 널 볼수있지만 초라한 나' 같은 가사는 웃음과 공감을 함께 잡았다.

남성 가수들이 웃음을 포인트로 잡았다면 여성 그룹들은 묘한 중독성으로 사랑받았다. 애프터스쿨 유닛인 오렌지캬라멜은 그룹명처럼 강렬한 노래와 의상이 특징이다. 오렌지캬라멜은 2010년 '마법소녀'를 시작으로 '아잉♡', '샹하이 로맨스', '립스틱', '까탈레나'까지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콘셉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 크레용팝은 지난해 '빠빠빠'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뮤직비디오는 웃음과 중독성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놀이터 등 일반적인 장소에서 말춤을 추며 상식을 비틀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성공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계속된 관심으로 현재 20억 뷰 돌파를 눈 앞에 뒀다. 노래의 시각화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을 중독시켰다.

싸이가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면 UV는 철저하게 국내팬을 위한 뮤직비디오를 준비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노래방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자막과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은 촌스러운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크레용팝은 화제가 됐던 '5기통댄스'에 초점을 맞춰 이를 부각시키는 뮤직비디오로 접근했고, 오렌지캬라멜은 초밥이라는 색다른 틀 속에서 '까탈레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B급 가요가 제대로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이제 노래가 듣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보는 재미도 충족해줘야 한다는 임무를 띠게 된 덕분이다. 팬들이 참여한 '강남스타일', '빠빠빠' 등의 패러디 영상이 쏟아진 이유다. 이런 인기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팝가수 Ylvis의 'The Fox'도 재밌는 노랫말과 뮤직비디오로 전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컴백한 오렌지캬라멜은 음악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올랐다. 한번 스쳐지나가는 인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오렌지캬라멜의 팀 색깔은 철저하게 준비된 결과물이었다. 오렌지캬라멜 소속사 플레디스 우영승 이사는 "오렌지캬라멜은 캔디컬쳐(Candy Culture·한 편의 순정만화처럼 귀엽고 발랄하면서 화려한 순수 감성 문화코드)와 판타지를 바탕으로 기획했다"면서 "애프터스쿨을 결성할 때부터 오렌지캬라멜 데뷔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빠빠빠' 열풍을 일으켰던 크레용팝은 다음달 컴백을 앞두고 있다. 헬멧과 5기통춤으로 주목받았던 크레용팝의 이번 무기는 모시옷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의상이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 이성수 실장은 "'빠빠빠'의 헬멧은 멤버 초아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 모시옷은 내부에서 회의 끝에 헬멧이 땀이 많이 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콘셉트다. 크레용팝만의 즐거움과 독특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고급스러운 문화와 상반되는 뜻의 B급 문화, 즉 '키치(kitsch)'문화가 요즘 유달리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가요계에서는 이런 문화가 계속돼 왔지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채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발전시켜 나갔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요계에 키치문화가 등장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메인 문화와 비교해 규모가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가요계 B급 문화가 나름의 역사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의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하나의 콘셉트를 오래 유지한 것 또한 가요팬들의 거부감이 줄어든 이유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가수라는 무게감에서 벗어난 점도 성공의 이유로 꼽힌다. 김반야 대중가요평론가는 "흔히 말하는 '엽기', '병맛' 코드는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오히려 돋보이는 좋은 방법이다. 잘만 사용한다면 대중에게 묘한 짜릿함과 호기심, 호감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반야는 오렌지캬라멜과 크레용팝의 성공에는 범람하는 걸그룹들의 섹시 코드의 약효가 떨어진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先)경박, 후(後)중독'이라고 평가받는 B급 가요와 가수들.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묵묵하게 활동하며 선보인 노래들로 차츰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비주류 가요는 여전히 발전하며 팬들의 마음 속에 녹아들고 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싸이, 크레용팝, 오렌지캬라멜, UV ⓒ 해당 뮤직비디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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