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안'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쇼트트랙 황제'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안)는 1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펼쳐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2분15초06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과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그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석권했다. 또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며 쇼트트랙 역사상 올림픽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른 유일한 선수다. 그러나 안현수는 부상과 쇼트트랙 파벌 싸움으로 인한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불화,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 등이 맞물리면서 국가대표에서 멀어졌다. 결국 안현수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가슴에 달았던 태극기 대신 러시아 국기를 달고 8년 만에 다시 찾은 올림픽 무대. 안현수는 녹슬지않은 기량을 발휘하며 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후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휘날리며, 자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러시아 홈팬들을 향해 감사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안현수가 따낸 동메달은 값졌다. 이 메달은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번째 메달이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러시아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안현수가 러시아에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긴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로 4개 메달을 따낸 안현수는 러시아 국가대표로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동계올림픽 역사상 두 번째로 2개 국적으로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쇼트트랙 역사상으론 처음이다. 앞서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벨드캄프가 1992, 1994년 네덜란드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후 1998년 벨기에로 귀화해 10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또 쇼트트랙 남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 5개의 메달(금3 동2)을 따낸 주인공도 됐다. 안현수는 1994,1998,2002년 올림픽에서 3차례 출전해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낸 마크 가뇽(캐나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편 역대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메달은 중국의 왕멍(금4 은1 동1)이 보유 중이다.
선수 은퇴 기로에서 어렵게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연 안현수의 질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안현수는 500m, 1000m, 5000m 계주에 출전해 메달 추가를 노린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안현수 ⓒ 게티이미지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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