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축구선수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는 영구결번이다. 볼만 잘 찬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은 기본이며 팀의 상징적인 존재로 올라서야 가능하다. 세계축구에서 영구결번은 누가 받았으며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영구결번이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다. 그동안 세리에는 12개 팀 14명의 선수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특히 AC밀란의 파올로 말디니와 프랑코 바레시, SSC 나폴리의 디에고 마라도나, 브레시아 칼치오의 로베르토 바조는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영구결번자들이다.
세리에 다음으로 영구결번 선수가 많은 유럽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6명의 레전드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첼시의 지안프랑코 졸라, 맨체스터 시티의 마르크 비비안 포에가 유명하다. 특히 포에는 지난 2003년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 도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소속팀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 임대 클럽 맨시티에서 동시 영구결번 선수로 지정했다.
시간을 거슬러, 이른바 세계축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선수들도 예외없이 영구결번의 영예를 누렸다. 과거 FC바르셀로나(스페인_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요한 크루이프는 첫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아약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의 영구결번자다. 또 바르셀로나의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황금기를 탄생시킨 페렌츠 푸스카스는 헝가리 프로팀인 키슈페스트SC의 영구결번 레전드다.
1990년대 브라질 축구를 대표했던 호마리우는 바스코 다 가마(브라질)의 영구결번 선수다. 크루이프, 푸스카스, 호마리우는 이름값을 높였던 전성기 시절 빅클럽이 아닌, 프로 데뷔팀의 영구결번 선수로 지정됐다. 흥미롭게도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는 아직까지 영구결번 사례가 없다. 스페인의 양대산맥인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등장해도 영구결번 계획이 없는, 팀 중심적 사고가 강한 클럽들이다.
한편 FIFA는 국가대표팀 영구결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등번호였던 10번을 비워놓고 FIFA에 최종엔트리를 제출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아르헨티나는 10번의 상징성을 높게 평가하며 '역대 대표팀 10번 계보 만들기'에 보다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색다른 영구결번 사례도 있다. 통상 축구에서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팬들을 위한 배려다. 대표적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베르더 브레멘과 세리에A 라치오, 에레디비지의 PSV 아인트호벤 등이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국내 K리그 클래식의 몇몇 팀들도 사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했던 안토니오 푸에스타가 주인공. 푸에스타 또한 포에처럼 경기 도중 사망했다. 소속팀 세비야 FC에서 영구결번화를 추진했지만 1~25번까지 무조건 등록해야하는 리그 규정 탓에 물거품이 됐다.
프리메라리가 에스파뇰의 유망주였던 다니엘 하르케는 프리시즌 도중 사망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등번호 21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는데 리그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다. 에스파뇰은 현재까지도 1군 엔트리 24명이 뛰는 불리함을 감수하고 하르케의 영구결번을 유지하고 있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마라도나(위)와 말디니 ⓒ 게티이미지 코리아, AC밀란 홈페이지]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