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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일만에 삼성화재 울린 대한항공, '단 9개의 범실' 빛났다

기사입력 2013.12.26 11:18 / 기사수정 2013.12.26 21:04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대전, 임지연 기자] 상대를 이긴 기억이 까마득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선 번번이 무너졌고, 올 시즌 앞선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패했다. 벼랑 끝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부분이 큰 힘을 발휘했다. 대한항공이 664일 만에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를 울렸다.

대한항공은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쌩쌩한 좌우 날개 마이클과 신영수가 42점을 합작한 가운데 곽승석과 진상헌 등이 힘을 더했다.

2005년 프로 창단 후 첫 5연패 수렁에 빠진 대한항공 입장에서 쉽지 않은 승부로 예상됐다. 연패 탈출이 급선무인 대한항공에게 삼성화재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챔피언 시리즈에서 삼성화재를 3년 연속 만났지만, 세번 모두 무너졌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도 현저하게 밀렸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는 664일 전인 2012년 3월 1일, 2011~12시즌 6라운드 맞대결이 마지막이었다. 즉 대한항공은 2012~13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삼성화재를 무너뜨려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경기에서도 풀세트 끝에 범실로 스스로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이날까지 패할 경우, 3라운드도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리 상대가 삼성화재라고 한들, 패할 경우 대한항공에게 돌아오는 건 '6연패' 딱지였다.

벼랑 끝에서 연패 탈출 의지를 불태웠다. 범실을 줄이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게 주효했다. 5연패 기단 동안 경기당 평균 26개 범실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이날 단 9개 범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그동안 연패의 원인 중 하나였던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흔들림을 딛고 일어난 점도 돋보였다. 1~2세트를 먼저 챙긴 대한항공은 승리를 앞둔 3세트 12-19로 7점차로 뒤졌다.

하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대한항공은 마이클과 신영수의 3연속 블로킹과 곽승석과 신영수의 연속 공격 성공을 묶어 18-20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상대 범실과 진상헌의 속공으로 턱밑까지 추격한 대한항공은 기어코 24-24 듀스까지 승부를 연장한 뒤 27-27에서 마이클와 진상헌의 연속 공격 성공으로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높았던 '벽' 삼성화재를 누르고 3라운드를 기분 좋게 연 김종민 감독은 "사실 오늘 졌으면 희망이 안 보였다. 우리는 연승을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긴 연패를 끊고 마지막 희망을 되살린 대한항공이 3라운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이다.

반면 5연승 행진을 이어오며 7연패 달성에 박차를 가한 삼성화재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레오와 함께 좌우 쌍포를 이루며 펄펄 날았던 라이트 박철우가 지난 10일 러시앤캐시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 박철우가 빠지자 삼성화재는 블로킹에서 힘이 떨어졌고, 공격 역시 레오에 의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레오는 팀 공격 70%를 책임지며 38득점을 올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대한항공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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