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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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아역'에서 어엿한 '도지한'으로…[인터뷰]

기사입력 2013.12.24 15:30 / 기사수정 2013.12.24 15:30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도지한(22)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연기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배우다.

어릴 적부터 영화배우를 동경했던 도지한은 자연스레 배우의 삶을 꿈꿨다. 배우라는 특정 직업군의 불투명한 미래를 염려한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했고, 학창 시절 고모가 있는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 평범한 학생의 길을 택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듯, 도지한은 역풍이 심할수록 열망은 부풀어 올랐다. 결국 아버지는 지인을 수소문했고 "20여 년의 경력을 지닌 업계 종사자에게 인정 받지 못하면 접어라"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오디션에서 합격점을 받아 진입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연기를 동경하던 소년은 지난 2009년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로 데뷔한 이래, 총 10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거치며 소중한 자산을 쌓아왔다. 그리고 지난 17일 종영된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으며 입체적인 캐릭터인 강산을 표현해냈다.

도지한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빠스껫 볼'로 귀중한 경험을 했다. 종영 이후 뒤돌아 봤을 때 얻은 것이 많다. 6개월여간의 촬영 기간 컨디션 조절법을 터득한 좋은 기회였다"라고 밝혔다.

도지한이 맡은 강산은 가난한 움막촌 출신의 농구 스타다. 강산은 생존 욕망에서 비롯된 출세 의욕으로 신분을 속이기도 하며, 결국 최정점에서 추락을 겪는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게 된다. 전형적인 주인공의 '선'(善)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가난했던 강산은 억압, 탄압을 받던 게 억울해서 성공만을 쫓는다. 이후 자신의 과오를 알고 뉘우치게 된다. 어린 나이에는 강산처럼 눈앞의 이익을 보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다들 개선된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하고 발악한다. 심적으로 공감되는 캐릭터다."

'빠스껫 볼' 시청자라면 '없는' 강산에게는 동정을, '다 가진' 민치호(정동현 분)에게는 질투심을 느낄 법하다. 강산은 '선', 민치호는 '악'이라는 희미한 경계 설정은 자연스레 그려진다. 허나 황국신민서사 낭송을 거부하던 민치호와 이를 받아들이던 강산의 대비되는 모습은 인식의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된다.

"강산은 맹세하며 웃고 있는데, 민치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분노에 가득차 있다. 사실 속으로 '혼자 멋있는 거 다하네?'라며 살짝 질투하기도 했다. 애국심에 불타 점점 멋있어지는 민치호는 탐나는 캐릭터였다. 강산은 가난하고, 출세욕에 눈멀고, 마지막에는 애국하는 모습을 보인다. 격변의 강산은 배우로서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민치호가 멋질 것이다."(웃음)



1930~40년대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분위기는 20대 청년인 강산의 표정도 어둡게 했다. 가난에 대한 염증, 출세에 대한 욕망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인생에서 그의 내면은 어둡기만 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그에게 감정 유지와 이입은 아무래도 어려웠을 터. 그러나 그는 고개를 내 저었다.

"극 초반 이엘리아와의 러브라인 이후 후반으로 갈수록 웃음기가 싹 사라진다. 나도 언제 활짝 웃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상황은 우울했지만 나는 우울하지 않았다. 박순천, 공형진 등과 주로 함께 호흡했는데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빠스껫 볼'은 신인 배우의 파격적인 주연 기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젊은 피의 등용은 과감했지만,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늘을 걷어낸 이들은 베테랑 배우들의 묵직함이었다. 이들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중심을 잡았고, 새내기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김응수, 이한위, 조희봉 등 쟁쟁한 선배 배우분들이 꾸짖거나 화내시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를 포함한 신인 배우들이 드라마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 특히 극 중 엄마 역할인 박순천 선배님이 홍삼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던 도지한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말에 "탄광신"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영하 9도의 강추위 속 먼지로 가득한 강원도 사북 탄광에서의 촬영을 회상하던 도지한은 아연실색하면서도 추억에 젖은 모습이었다. 탄광만큼이나 인상적인 인물은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곽정환 PD였다.

"곽정환 PD는 배우들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며 소통에 중점을 둔다. 대본을 읽을 때 문제가 없지만, 배우들은 대본에 입각해 연기하다 보면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 곽 PD는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방향을 수정한다. 믿음을 주면 배우 입장에서도 더욱 역할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더 열심히 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PD다"

첫 주연작인 '빠스껫 볼'은 시청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지한은 "이왕 인기를 얻었으면 좋았겠지만, 좋은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만나서 만족한다. 막장 코드 없는 무공해 청정 드라마로 나중에 회자될 만한 작품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



현재 도지한은 '빠스껫 볼'을 비롯한 11개의 작품을 발판으로 차기작을 조율하고 있다. '도지한'이라는 이름 석 자에 대한 호기심이 관심으로 이어졌고, 작품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빠스껫 볼' 제작발표회에서 도지한은 영화 '마이웨이'의 '장동건 아역'으로 조명됐지만, 이젠 '도지한'이라는 브랜드로 확장 이전하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와 남자다운 느와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이외에도 길은 열려 있다. 작품 내용과 내가 소화하는 캐릭터에 비중을 두고 택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경구 선배도 내게 '무조건 다작을 하며 경험을 해봐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나도 아직 나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배우의 삶에 온몸을 던진 이상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싶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도지한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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