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학생, 신원철 기자] 분명 용서받기 힘든 잘못이었다. 애런 헤인즈가 14일 KCC전에서 김민구에게 '보디 체크'를 가한 뒤 열린 SK의 첫 홈경기. 잠실학생체육관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6천 명이 넘는 관중(최종 집계 6011명)이 들어섰지만, 흐르는 공기는 미묘하게 달랐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심판진 모두 긴장한 기색이었다.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헤인즈가 5경기 출전 정지 처분(협회 2경기, 구단 3경기)을 받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SK의 첫 홈경기였다. SK 문경은 감독은 경기 전 "헤인즈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도 없는 법, 이날 SK는 헤인즈 없이 코트니 심스 한 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SK 선수단은 이날 경기에 앞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헤인즈의 돌발 행동이 팬들은 물론이고 농구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만큼 '당연한' 조치였다. 장내 아나운서는 낮은 목소리로 "SK 선수단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겠다"고 전했다.
심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15분 가량을 소화했다. 앞서 열린 25경기 가운데 단 3경기에서만 25분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 10월 26일 KGC전, 10월 31일 KT전, 11월 14일 KCC전에서 25분 이상을 뛰었다. 그만큼 SK에게 헤인즈의 비중이 컸다. 헤인즈는 경기당 평균 24분 17초 동안 코트에 머물렀다. 득점은 18.6점(리그 2위). SK는 이날 '헤인즈 없이' 경기하는 법을 몸으로 배워야 했다.
경기 전 만난 KGC 이상범 감독은 "SK가 골치 아프겠다. 내가 봐도 (헤인즈의 행위는) 아니었다"라며 "아직 다른 분들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시즌 끝나고 감독자 회의에서 헤인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헤인즈에 대한 보이콧을 언급했다.
헤인즈는 SK에 있어 단순한 주득점원이 아니다. 장기인 3-2 드롭존 수비의 핵심이며, 수비 성공 이후 벌어지는 속공 득점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다. 헤인즈의 공백 때문일까. 이날 SK는 지역방어보다 일대일 수비로 KGC를 상대하는 시간이 길었다.
SK는 1쿼터를 18-22로 끌려갔지만, 2쿼터 실점을 6점으로 묶는 사이 속공이 살아나면서 22득점을 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40-28, SK의 12점차 리드였다. 1쿼터 초반 보여준 어수선한 플레이는 사라지고 짜임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날 문 감독은 "(박)승리가 키도 헤인즈와 비슷하고, 공수에서 (헤인즈와)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거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박승리는 198cm, 헤인즈는 200cm다. 문 감독의 말대로 박승리의 출전 시간은 적지 않았다. 25분 37초를 뛰며 4득점 4리바운드.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KGC 양희종과의 매치업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한국 농구에 적응할 시간이 아직 필요해보였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SK는 3쿼터도 55-48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KGC는 3쿼터 김태술의 가로채기에 이은 단독 속공으로 43-42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이후 SK 김민수와 변기훈의 3점슛이 터지면서 다시 분위기를 내줬다. 하지만 SK도 고민은 있었다. 김선형이 3쿼터 파울트러블에 걸렸고, 한 명뿐인 외국인선수 심스도 1쿼터부터 2개의 파울을 저질렀다. 김민수와 박승리, 최부경이 심스의 부담을 나눠 가지려했지만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KGC 숀 에반스가 이날 경기 14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에반스는 앞서 열린 SK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각각 15개와 1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KGC는 또 다른 외국인선수 마퀸 챈들러의 퇴출을 확정 짓고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한 상태였다. 이날은 심스와 에반스의 '일기토'가 펼쳐진 날이기도 하다. 한편 이상범 감독은 새 외국인선수를 결정했다며 "이달 말 들어올 거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곤란하지만, 조금만 기다리시라. KGC 팬들은 내년 1월 3일, 늦어도 4일에는 새 외국인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KGC는 19일 현재 10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김태술의 말처럼 "순위가 익숙하지 않"은 팀이다. 2011-12시즌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때 활약한 선수가 바로 오세근과 김태술, 그리고 양희종이었다. KGC 이상범 감독은 이 셋을 '팀의 기둥'이라고 했다. 하지만 SK가 정말 조심해야 할 선수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김윤태였다. 그는 이날 4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0득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SK 문경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3-2 지역방어를 썼는데 김윤태에게 3점슛 2개를 얻어맞으면서 수비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윤태는 4쿼터 왼쪽 45도 지점과 오른쪽 엔드라인 부근에서 정확한 3점슛을 꽂았다. 3-2 드롭존 수비의 빈틈을 노린 한방이었다.
물론 '기둥'의 활약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이날 양희종과 오세근은 경기 종료 2분 11초를 앞두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로 팀워크를 자랑했다. 보란듯이 세리머니를 펼치는 두 선수.
양희종은 31분 8초를 소화하면서 14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오세근도 12득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오세근은 1쿼터 정확한 미들슛으로 득점을 올리면서 SK를 고민에 빠트렸다.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쏘는' 기본 중의 기본이 잘 들어맞았다.
김태술은 13득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포인트가드 역할을 100% 수행했다. KGC는 에반스(12득점)와 김윤태(14득점)까지 '베스트5' 전원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결국 KGC가 4쿼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종료 1분 전까지만 해도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였다. KGC가 종료 12초를 앞두고 1점 앞선 상황에서 수비 리바운드를 걷어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최종 스코어는 70-67. KGC는 15일 동부전 승리(72-57) 이후 2연승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 참석한 김태술은 "1위팀을 이겨서 기분 좋고, 연승해서 선수들이 자신감 얻은 거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경기 감각을 찾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직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점차 맞춰 간다면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SK-KGC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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