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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하늘재 살인사건', 섬세한 감정묘사로 막장 고정관념 깼다

기사입력 2013.12.06 07:25 / 기사수정 2013.12.09 11:23



▲ 하늘재 살인사건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하늘재 살인사건'이 섬세한 감정묘사와 파격적인 소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일 방송된 MBC 단막극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9번째 이야기 '하늘재 살인사건'(극본 박은미 연출 최준배)에서는 6·25 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정분(문소리 분)과 윤하(서강준), 정분의 딸 미수(이세영)를 둘러싼 엇갈린 사랑이 그려졌다.

전쟁통에 부모와 남편, 조카들을 잃고 장터에서 떡장사에 나선 여인 정분은 자신의 떡을 훔치다 걸린 소년 윤하를 나무라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그와 함께 장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돕고 의지했지만 정분이 어느날 갑자기 장터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헤어지게 됐다. 

세월이 흐른 뒤 윤하는 정분의 딸 미수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정분과 재회했다. 과거의 미묘했던 감정을 고스란히 지닌 채 정분의 주위를 맴돈 윤하는 정분이 자신을 피하려하자 자신을 좋아하는 그녀의 딸 미수와 결혼했다.

이후 미수는 정분과 윤하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정분은 여러가지 감정으로 괴로워하다 정신이상이 있는 동생 인분(신동미)에 의해 총에 맞았다. 총성을 듣고 달려온 윤하는 정분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제야 윤하의 마음을 받아들인 정분은 미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뒀다. 윤하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혼식장에서의 엇갈린 세 남녀의 모습부터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윤하의 모습까지 심상치 않은 비극을 암시했다.

소재도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어른이지만 소녀의 감성을 간직한 여인 정분과 정분을 사랑한 윤하, 아무것도 모른 채 윤하를 짝사랑한 정분의 딸 수미의 위태로운 사랑이 시종 절제된 느낌으로 유지돼 여운을 안겼다.

단 시간적 한계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전달하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았다. 1회의 단막극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다보니 결말의 임팩트가 초반보다 다소 떨어졌고, 후반으로 갈수록 급하게 마무리 된 듯한 느낌을 줬다.

그러나 다소 성급한 결말과 막장적 요소에도 여느 막장 드라마들과 궤를 달리했다.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은 열망 때문에 그녀의 딸과 결혼하는 등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사랑을 다뤘지만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살린 덕에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단순한 어린소년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나는 그날부터 나의 열정이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다음부터 고통이 수반됐다'는 책글귀를 인용한 윤하의 내레이션과 후반 '나는 원래부터 엄마도, 남편도 없었다. 다만 엄마의 모습을 한 소녀와 남편의 모습을 한 소년이 있었을 뿐이다. 난 그들의 사랑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난 어른이 됐다'는 미수의 내레이션은 작품 전체를 함축하며 강한 여운을 남겼다.

파격적인 소재, 영화 같은 연출과 함께 '금단의 사랑'을 거부감 없이 담아낸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MBC '내 인생의 황금기'(2008) 뒤 5년 만에 안방에 얼굴을 내민 문소리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내면의 아픔을 겪는 여인 정분의 절절한 감정을 오롯이 드러냈다.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멤버 서강준의 신선한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도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옆에 있기 위해 그녀의 딸과 결혼한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절제된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모든 사실을 알고도 남자를 포기할 수 없는 정분의 딸 미수로 분한 이세영과 정신 이상을 겪고 있는 정분의 동생 인분 역의 신동미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몰입을 도왔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하늘재 살인사건 문소리, 서강준, 이세영, 신동미 ⓒ MBC 하늘재 살인사건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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