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포츠 클라이밍의 여제' 김자인(25,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이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김자인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크란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월드컵 8차전 결승에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꾸준하게 정상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결국 '숙적'인 미나 마르코비치(슬로베니아)를 약 17점의 차이로 제치고 리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대회 직전 월드컵 랭킹 포인트에서 김자인은 마르코비치를 30점 앞서있었다. 이번 대회를 4위로 마감하면서 20점 차이로 마르코비치를 제치고 시즌 리드 월드컵 랭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김자인이 월드컵 랭킹과 세계랭킹을 모두 석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10년 5개의 리드월드컵에서 연속 우승을 거뒀다. 시즌 내내 독주를 이어가면서 세계랭킹 과 월드컵 랭킹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스포츠클라이밍 사상 두 번째로 리드와 볼더링 양대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김자인은 대중들의 관심을 조금씩 받기 시작한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스포츠였다. 유럽에서는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인공암벽에서 펼쳐지는 스포츠는 국내 팬들에게 낯설었다.
김자인의 선전으로 스포츠 클라이밍은 국내 팬들에게 조금씩 친숙해진다. 인공암벽에 붙어있는 홀더(인공암벽에 붙은 물체)를 잡고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느냐를 겨루는 것이 이 종목의 특징이다.
김자인의 목표는 언제나 '완등'이었다. 그는 자신이 휴대하는 MP3에 '즐겁게 완등하자'라는 글귀를 적어놓았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클라이머의 궁극적인 목표인 '완등'을 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올 시즌 김자인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지난 4월 프랑스 미요에서 열린 볼더링 월드컵 2차 대회 예선 도중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다. 귀국 후 남은 볼더링 월드컵 출전을 포기했다.
김자인은 3개월 동안 부상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 왔다. 이후 7월에 열린 시즌 리드 월드컵 첫 대회인 프랑스 뷔앙송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월드게임(올림픽경기에 채택되지 않은 스포츠 종목의 종합국제경기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9월로 들어서면서 김자인의 상승세는 하늘을 찔렀다. 22일 벨기에 퓌르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주일 뒤 러시아 페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면서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러시아 페름 월드컵 결승에서는 유일하게 완등에 성공했다. 자신이 늘 최우선으로 삼는 목표를 이뤄냈다.
김자인은 10월에 출전한 두 차례의 월드컵(목포, 중국 우장)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달 초 프랑스 발랑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시즌 네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월드컵을 4위로 마감한 그는 스포츠 클라이밍의 가장 높은 두 봉우리(세계랭킹, 월드컵랭킹)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지난 시즌 김자인은 17개의 대회에 출전해 두 번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4승을 거두면서 더욱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 당한 무릎 부상을 극복하고 달성한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자인 ⓒ 엑스포츠뉴스DB, 올댓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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