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이쯤 되면 '엑소더스(대탈출)'다. SK 왕조의 중심을 이뤘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고 있다.
FA 자격을 신청했던 정근우가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인 16일까지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SK 와이번스 측은 이례적으로 선수와 구단 사이에 오간 제시액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4년간 총액 70억원을 제시했으나 정근우가 4년간 80억원을 원했다"며 "더 이상의 지출은 향후 선수단 운영에 지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정근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80억원은 감정이 섞여서 나온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근우가 원소속구단과 다시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4일부터는 전 구단이 FA 선수와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
SK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사이 세 차례(2007~08, 2010)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승률 6할을 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FA 시장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들의 이탈만 계속됐다. 2008년 이진영(LG), 2011년 정대현(롯데) 이승호(롯데-NC), 2012년 이호준(NC)이 각각 새 직장을 찾았다. SK는 201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에는 승률 4할 9푼 6리로 6위에 그쳤다.
보상선수로 들어온 이승호(↔이진영), 허준혁(↔이승호)는 올 시즌 1군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한때 LG의 에이스이자 '삼진왕(2003년)'을 차지하기도 했던 이승호는 2010년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먼저 내년 FA 최대어를 예약한 최정이 풀린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FA 연한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내년으로 기회를 미뤘다. 여기에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 정상호 김상현 이재영 등 무려 7명이 예비 FA인 상황이다.
정근우는 올 시즌 타율 2할 8푼, OPS(출루율+장타율) 0.776을 기록했다. 2루 수비는 이미 국내 정상급으로 인정 받은 지 오래다. 공·수에서 팀을 이끌었던 정근우를 놓친 SK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졌다. 당장 내년 시즌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 스토브리그가 더 걱정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최정, 정근우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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