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놈탈출기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단막극 '상놈탈출기'가 흥미로운 소재와 박기웅의 열연으로 유쾌한 사극을 그려냈다.
31일 방송된 MBC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다섯 번째 이야기 '상놈탈출기'(극본 류문상 연출 오현종)에서는 영의정(김용건 분)의 외아들 이호연(박기웅)이 점백이(서동원)의 음모로 노비매매장에 팔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낯선 섬에서 눈을 뜬 호연은 영문도 모른 채 노비가 됐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양반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가혹한 매질을 당하기 일쑤였다.
억울하게 노비로 지내던 중 영의정이 점백이가 자신의 아들을 팔아넘긴 사실을 알게 됐다. 사지가 찢겨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직접 호연을 찾아 나룻배를 타고 섬으로 갔고 그곳에서 호연과 재회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강진사의 수하들에게 붙잡혔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망쳤다. 호연은 점백이에게 그동안 노비란 이유로 괴롭혔던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후 강진사 집에서 같이 일하던 노비 팔복이가 억울한 일을 당하자 악덕한 양반 강진사가 원래 노비였고 팔복이가 양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호연은 섬에서 노비들이 먹던 비빔밥을 먹으며 "위와 아랫사람 구분 없이 섞여보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양반 밥과 머슴밥이 섞이니 좋은 맛을 내는구나"며 흐뭇해했다.
'상놈 탈출기'는 영의정의 귀한 아들이 하루아침에 노비 신세가 된다는 가상의 설정 아래 벌어지는 일들을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담아냈다.
드라마인만큼 양반이 노비들의 현실에 공감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지만 적절한 풍자를 통해 인간관계에 우월 의식이 존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노비들의 비애를 알 턱 없는 철없는 난봉꾼인 양반이 그들과 같은 입장에 처하면서 점차 인간적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녹여내 공감대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줬던 박기웅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어느 역할이나 소화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는 특유의 세밀한 감정 연기로 철 없지만 인간적인 매력의 소유자 영의정 외아들 호연 역을 소화해냈다. 자신이 영의정의 아들이라며 논어를 줄줄이 읊는 장면 등 시종 진지함과 가벼움을 오간 박기웅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했다.
호연을 노비로 팔아넘긴 점백이 역의 서동원 역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고, 김용건은 특별 출연이지만 베테랑 중년배우다운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이엘, 김형범 등 조연들도 탄탄한 연기로 극을 뒷받침하는데 일조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상놈탈출기 ⓒ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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