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3차 예선을 앞둔 대기실에서 치킨과 맥주로 배를 채운 한 사내는 방송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이 기괴한 참가자, 장원기는 자신의 자작곡인 '소울 치킨'으로 슈퍼위크 행을 거머쥐었다.
이후 그가 그룹 에보니힐의 보컬리스트라는 소식이 알려졌고, 슈퍼위크에서 장원기는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펼치며 무난히 TOP10에 들었다.
특히 블랙위크 라이벌 미션에서 김나영과 선보인 DJ DOC의 'Street Life'는 심사위원 3인방을 홀리며 Mnet '슈퍼스타K5' 최고의 무대로 손꼽혔다.
이하늘은 "'불후의 명곡' 때보다 좋았다"며 무대 내내 미소를 잃지 못했고, 윤종신은 "재밌는 무대였다. 처음으로 기존의 아티스트를 능가하는 참가자가 나왔다"고 농담을 건네며 이하늘을 무안케 했다. 이승철 또한 "처음으로 음악이 숨을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치켜 세웠다.
시청자들 또한 시즌2 장재인과 김지수의 '신데렐라', 허각과 존박의 '너의 뒤에서', 시즌4 정준영과 로이킴의 '먼지가 되어'를 잇는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시즌이 예년만 못하다는 혹평에 휩싸였었기에, 이 무대는 더욱 값진 수확으로 다가왔다.
장원기는 생방송 무대에서 '이태원 프리덤', '미안 미안해', '환생' 등을 경연곡으로 내세웠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순항하고 있었다. 다만 3라운드에서 탈락 직전까지 몰리며 제동이 걸릴 뻔 했지만 극적으로 회생, 그의 행보는 더욱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25일 방송된 '슈퍼스타K5'에서 장원기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성시경의 '미소천사'를 부른 장원기는 맥주를 마신 이후로 처음 혹평을 받았고, 결국 최종 탈락으로 이어졌다.
장원기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프로그램 관계자와 심사위원, 아내와 아들, 음악 동료들까지…이 자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장원기의 탈락에 이하늘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을 통해 독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하늘은 특히, 힙합 장르를 추구하는 참가자들에게는 더욱 냉철한, 아니 냉혈하고도 엄정한 잣대로 심사했다. 마스커밴드의 상의준이 슈퍼위크에서 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자 "화가 난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기에 이하늘은 힙합 장르 외에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재주를 부리는 장원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이하늘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래도 나와 같은 장르의 음악을 하는 친구라, 조금 더 그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분명 점수를 더 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편애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서, 염려스러운 마음에 후한 평가를 못 하겠더라"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장원기의 탈락 장면을 접한 이하늘은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여기까지지만 김창렬보다 훨씬 잘한다. 다음에 DJ DOC 앨범 피처링 해달라"라고 말했다. 진심이 담긴 격려로 '아름다운 탈락'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하늘 만큼이나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보였다. 승승장구하던 장원기였기에, 이날 가해진 혹평과 탈락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 모습이었다. 물론 '미소천사'가 기존의 무대보다 장원기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는 평도 많았지만, 무대마다 존재감을 보인 장원기의 탈락은 그래서 더욱 생소하게 들려왔다. '이번 시즌은 하향 평준화'라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지적을 비껴 간 '대들보' 장원기였기에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더했다.
장원기는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약점은 나이와 외모다. 결혼도 해서 여성팬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장점은 다른 친구들보다 경험이 많아서 이것이 노래로 진정성 있게 표현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젊은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나처럼 나이 먹어가는 사람, 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있기에 이들의 사랑으로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부남 최초의 우승은 물거품 됐지만 '소울보컬' 장원기의 진정성 있는 '해석학'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TOP4에 들지 못해 자동차는 얻지 못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음악에 대한 길을 확립한 계기는 마련했다. 우승보다 값질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장원기 ⓒ Mnet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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