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배우 손예진이 감성 스릴러 영화 '공범'으로 돌아왔다.
'공범'(감독 국동석)의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쌀쌀해진 날씨와 어울리는 분홍빛 니트 패션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떡을 보고 얼굴이 환해지더니 "와 떡이다"라고 해맑게 좋아하며 덥썩 포크를 집어 든다. 덕분에 다소 편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영화 '타워'부터 올해 드라마 '상어', '공범'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까지. 쉴틈 없이 가열차게 달리고 있는 손예진은 "데뷔 이후에 작품을 고르느라 공백이 생긴 적은 있었지만,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쉰 적은 없다"고 증언한다. "혹시 노는걸 안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쉬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있긴 있겠다. 워커홀릭. 근데 저는 되게 힘들어요. 한 작품 끝날때쯤 되면 정말 쉬고 싶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길 때, 그 욕구가 더 큰 것 같아요. 이걸 안하면 쉴 수는 있지만, 안하기엔 너무 아쉬운거지. 부딪히고 힘들어도 연기를 하는게 저는 더 좋은것 같아요"
데뷔작인 영화 '비밀' 이후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언제나 빽빽했다. 팬들만큼 본인 스스로도 뿌듯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뿌듯했었거든요?(웃음) 근데 30대가 되니까 약간 허무하기도 해요. 내 모든 인생이 일이었으니까…. 그동안 너무 열심히 해왔는데, 시간이 빨리 가는 것에 대한 허무함과 쓸쓸함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었고, 성장과정이기 때문에 좋긴 한데 '이 일을 안했으면 난 뭘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고보니 손예진이 어느덧 30대가 됐다. 떡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하던 손예진은 "20대 때는 일을 즐기지 못했다"며 자조섞인 말을 뱉었다.
"그러니까. 여유가 없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캐릭터를 맡게 되면 완벽히 보여주고, 소화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일을 즐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손예진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감사하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겁기도 해요"
반성의 시간도 잠시, 32살이 된 스스로가 "편하다"고 말한다. "확실히 예전보다 좀 편해졌어요. 예를 들어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 나도 인간인데 컨디션이 안좋으면 내가 원하는만큼 안나올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면 더 안될 때가 있으니까. 이번에는 더 많이 내려놓고 했어요. 전에는 그런 생각 안했거든요"
"떡이 잘 안씹힌다"고 투덜투덜 대면서도 야무지게 떡을 먹는다. 여전히 귀여운 손예진의 꿈은 '세계일주'란다.
"저는 지금도 한 번씩 쉴 때 마다 여행은 꼭 가려고 해요. 그리고 이제 점점 시골이 더 좋아져요(웃음). 공기 좋은 데를 자꾸 찾게 되고(웃음). 예전에는 눈에 띄고 예쁜게 더 좋고, 시골이 심심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살았던 집 근처가 다 산이었어요. 꿩이 나오고, 옹달샘이랑 도롱뇽도 있고 (웃음). 그때는 그게 좋은지 몰랐어요. 돌이켜보면 자연이랑 살았던 게 나에겐 너무 행복이었던것 같거든요"
어린시절을 추억하던 손예진은 싱긋 웃으며 "근데 사실 시골에서 사는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며 급하게 현실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생기는 순간 짐이래요. 관리하는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다들 주위에서 절 말리세요(웃음). 사실 유지하는게 버거울 것도 같고요. 그래도 요즘은 친구들이랑 만나면 다들 '시간도 없는데 무슨 해외야. 강원도나 가자' 이렇게 얘기하게 돼요. 며칠 전엔 친구들이랑 하남가서 백숙 먹었어요"
그녀의 밝고, 털털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면모는 그동안 손예진이 필모그래피 안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연애시대', '내 머릿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클래식', '개인의 취향' 속 캐릭터들이 모두 조금씩 묻어있는 것 같다.
"사실 어릴 때는 제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예뻤던 것 같아요. 자기 모습을 잘 모르는 그 순수함이 예뻤던 거죠. 어색하고 불안하지만 예쁜?(웃음) 근데 지금은 제가 어떻게 화면에 나오는지 잘 알거든요. 어떤 각도를 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그래서 더 안좋은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공범'은 못생기게 나와서 좋아요.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근육들을 썼거든요 (웃음)"
"못생기게 나왔다"고 확언을 하던 손예진의 말과는 달리 '공범' 속에서도 그녀는 충분히 빛났다. 아버지를 의심하며 몸을 떨던 '다은' 역시 손예진이라는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한 페이지처럼 보인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누구보다 진지하게 연기에 접근하는 배우 손예진. 앞으로도 지금만큼 반짝반짝 빛나길 바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손예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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