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축구단 사장이 되는 상상을 한 번 쯤은 품는다. 유럽의 부호들이 경영하는 축구단부터 작은 마을 속 축구단 까지 사장이라는 직함은 빠지지 않고 존재한다. 수십억에서, 많게는 그 이상을 투자해 선수들을 영입할 계획을 하는 사장이 있고, 발이 닳도록 스폰서를 유치해 팀을 살리기 위해 뛰는 사장도 있다.
한국영, 스테보, 조귀제 감독의 팀으로 국내에 알려진 J리그 쇼난 벨마레에는 특이한 사장이 있다. 10년째 무보수로 일하는 마카베 키요시 사장이 주인공이다. 마카베가 쇼난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이다. 당시 쇼난은 버블사태로 후유증을 겪은 모기업 후지타에서 비상자금만 남겨논 채 방치된 팀이었다. 연고지 카나가와현 히라츠카시는 지역기업 사장단들에게 'SOS'를 요청했고 이 가운데 지역 내 조경사업을 하는 마카베에게 이사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마카베는 축구와 관련이 없는 지역기업 사장이었지만 평소 축구단의 가치를 잘 알고, 히라츠카시 출신으로 애향심이 높았다. 축구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축구단에 대한 간섭은 거의 하지 않았고, 팀을 살리기 위해 각종 스폰서 유치, 지역기반 확립을 위해 발로 뛰었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그의 지역연고정착 방법이었다.
마카베는 쇼난 벨마레 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축구 뿐 아니라 소프트볼, 사이클, 육상, 비치발리볼, 3종 경기 등 종합스포츠단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종합스포츠단으로 확장되자 지역 내 모든 종목의 아카데미는 쇼난을 통하게끔 됐다. 쇼난 주최의 연간 이벤트는 무려 430회에 달했다. 히라츠카 시민들과 쇼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2001년 이후 축구교실 활성화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수료자 10만 명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스폰서 유치에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제2금융권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방문해 글자 몇 개라도 넣을 수 있도록 세일즈맨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쇼난의 스폰서가 된 익명의 한 기업인은 “마카베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무언가 감동이 묻어나왔다”라며 스폰서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쇼난은 35개의 크고 작은 스폰서가 참여 중이다.
쇼난 축구단에서는 오랜 시간 유소년, 청소년 코치로 일한 교포 출신 조귀제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임명해 팀을 잘 아는 인물에게 전권을 줬다. 또 J2(2부리그) 시절부터 유소년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10년 째가 되던 2009년부터는 수준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실제 쇼난은 과거 만년 J2에 속해있던 데서 탈피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J1과 J2를 오가는 팀으로 변모를 꾀했다.
일본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알려지자 마카베 사장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자서전이 발간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마카베 사장은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고, 또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모여든다. 쇼난은 수직적 사회의 일본에서 인간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면 50년이 지나도 망하지 않는다”라며 나름 경영 철학을 밝혔다.
마카베 사장의 바람이 적중했는지 쇼난은 지난해 한화 약 95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레이싱팀, 프로야구 등과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J리그 거대 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하고 있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쇼난 경기 ⓒ 쇼난 벨마레 ]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