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영입은 비단 리오넬 메시의 파트너로 부담을 덜어주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메시가 없는 상황에서 그를 대체할 가장 좋은 무기를 갖게 됐다.
네이마르는 2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 셀틱과의 원정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바르셀로나와 네이마르가 함께 시험대에 오른 날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점유율 축구로 전성기를 누릴 때도 체격조건과 힘을 앞세운 수비축구에 고전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메시가 출전하고도 밀집수비로 일관한 셀틱에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1년 만에 다시 셀틱을 재회한 바르셀로나는 설욕을 다짐했지만 극복해야 했던 산은 셀틱 하나 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밀집수비를 뚫어주던 에이스 메시 없이 성과를 리워내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
메시는 지난 주말 열린 리그 경기 도중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했고 끝내 2~3주간 경기 출전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메시가 셀틱 원정 소집 명단에서 빠지면서 새로운 공격진을 꾸려야 했던 타타 마르티노 감독은 네이마르를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5000만 유로(약 720억 원)의 이적료를 주고 네이마르를 데려온 바르셀로나는 리그 경기를 통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네이마르가 브라질 리그에서처럼 매 경기 골을 뽑아내고 있지는 않지만 메시의 조력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메시의 골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메시보다 더 많은 파울을 이끌어냈고 그동안 상대 수비가 메시에게 치중했던 견제를 자신에게 유도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은 네이마르가 가진 재능이 모조리 나왔다기엔 부족함이 있었고 셀틱을 상대로 메시 없이 플레이하면서 좀 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네이마르가 이날 경기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없다. 그럼에도 네이마르는 90분 동안 셀틱의 수비를 흐트러놓는데 성공했고 메시 없이 사는 법을 몸에 익혀야 할 바르셀로나에 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경기 초반 왼쪽 윙포워드로 셀틱을 상대하던 네이마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중앙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자연스레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스위칭하는 빈도가 높아졌고 전반 중반 이후에는 메시가 뛰는 자리에서, 메시처럼 플레이했다.
상대 중앙 수비의 견제를 온몸으로 견디면서 좌우, 2선 선수들과 연계에 집중하는 모습은 메시와 비슷했다. 메시보다 좀 더 드리블 돌파에 열중한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후반 들어 더욱 중아에서 플레이에 익숙함을 보여주던 네이마르는 후반 30분 결승골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받은 네이마르는 한 번의 패스로 셀틱의 수비 뒷공간을 허물었다. 네이마르에 눈이 쏠렸던 셀틱의 수비수들은 순간 알렉시스 산체스를 놓쳤고 그대로 역습을 허용하며 세스크 파브레가스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바르셀로나가 골을 넣은 이후 네이마르의 움직임은 더욱 탄력있게 변했다. 골에 대한 집착을 보여줬고 상대 수비를 유혹하는 움직임에서 킬러로 변화를 택했다. 후반 막판 몇 차례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점이 옥에티였다.
메시가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던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네이마르의 가짜 9번 전술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셀틱전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능성 이상의 효과를 봤다.
네이마르의 존재로 메시 없이 사는 법을 찾고 있던 바르셀로나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네이마르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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