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결국 갑을 관계였다. 가수 로이킴과 인디뮤지션 어쿠스틱레인(본명 김태형)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지만, 한쪽은 해명에 적극적이고 한쪽은 아예 입을 닫고 있던 상황이었다. 거기에는 뭔가 말못한 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어쿠스틱레인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어쿠스틱레인은 1일 자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은 엠넷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자신이 엠넷에 대해 '을'의 처지에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는 글을 통해 "그동안 내가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멜론·엠넷·벅스·소리바다·올레뮤직 등의 음원 사이트에 음원을 제공하고 매월 업체에서 정산을 받아 생활하는 영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100만원 남짓한 돈을 매월 벌고 있다"고 밝혔다.
어쿠스틱레인은 "여러 업체 중 멜론과 엠넷의 수입이 거의 다다. 엠넷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회사이고 로이킴씨는 그 회사에 소속된 가수이십니다"라고 설명했다.
어쿠스틱레인은 '레인뮤직'이라는 회사명으로 '최신 MR 반주곡' 앨범을 각 음원 사이트에 발표하고 있었고 그를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계약상 어쿠스틱레인과 다수의 대중음악 저작권자는 계약상 갑을 관계에 놓이게 된다. MR음원을 계속해서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저작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레인뮤직이 출시한 MR 음원 중에는 로이킴의 곡도 다수 포함돼 있다. 로이킴이 '슈퍼스타K4'에서 불렀던 '먼지가 되어'·'스쳐간다'는 물론, 논란이 불거진 '봄봄봄'도 레인뮤직에서 MR 음원이 출시됐다.
게다가 로이킴은 엠넷에 계약 상 소속된 상태는 아니지만, 실제로 엠넷이 로이킴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또한 로이킴이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의 우승자 출신이기 때문에 로이킴과 엠넷의 관계는 무척 깊다.
그래서 어쿠스틱레인이 "저는 CJ E&M (엠넷)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돈을 벌어야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고 남편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다"라면서 엠넷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음을 밝힌 것이다.
어쿠스틱레인은 로이킴과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심적 고통이 컸음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표절을 한 것이 아니라 표절을 당한 대상으로 지목됐는데도 말이다. 그는 "보름 가까이 멍한 상태로 아무런 일도 못했다. 이제 나도 정신 차리고 다시 내 일을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어쿠스틱레인은 지난 2월말부터 총 682개의 대중음악 히트곡들의 MR을 내놓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6월 21일 이후 그가 제작한 음원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7월 12일에야 '클래식 태교 음악집'과 '클래식 피아노 곡집' 을 내놓았다.
어쿠스틱레인은 "로이킴 팬분들은 깊이 헤아리셔서 오해를 푸시기 바랍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로이킴씨가 상처를 받으셨으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사과했다.
또한 "나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사랑의 마음을 가득 머금고 진실만을 노래 하려고 노력한다"며 자신의 음악의 진정성을 역으로 역설했다.
한편 최근 인터넷 상에서 로이킴의 '봄봄봄'이 먼저 발표된 어쿠스틱 레인의 'Love is canon'과 멜로디 라인이나 구성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지난달 16일 로이킴 측은 '표절이 아니고, 표절 대상으로 볼 수도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봄봄봄'과 도입부가 유사한 'Love is canon'의 우쿨렐레 버전의 저작권 등록 시점이 '봄봄봄'보다 늦다는 것이다. 다만 'Love is canon'의 원곡이 '봄봄봄'보다 저작권 등록 시점이 앞서기 때문에 두 곡의 유사성 논란에서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또 다른 당사자인 어쿠스틱레인은 취재진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도 입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로이킴 , 'Love is canon' 우쿨렐레 버전 앨범 재킷, 레인뮤직 블로그 캡처 ⓒ 엑스포츠뉴스DB, 어쿠스틱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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