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프로야구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한신타이거스는 지난 1985년 마지막으로 일본시리즈에서 챔피언이 된 뒤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랫동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일본판 시카고 컵스(1908년 마지막 우승)로 손꼽히기도 한다. 지난 1985년 한신의 우승에는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어 팬들의 애잔함을 더하고 있다.
당시 구단 사장을 맡고 있던 나카노 하지무는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나카노 사장이 탑승한 비행기는 JAL123편으로 1985년 8월 12일 승무원 포함 탑승객 524명 가운데 4명만 살아남은, 역대 항공기 사고 중 가장 큰 참사로 꼽히고 있다.
나카노는 애초 야구에 무지했던 인물이었다. 1984년 한신 그룹 전무이사에서 타이거스 야구단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본사 임원으로 타이거스를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것이 내 의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구단 사장으로 스포츠지의 모든 뉴스를 챙기는 등 열의를 보였다. 또 홈구장 고시엔을 항상 방문했으며 한신의 대표 응원가 '롯코오시'의 가사 내용을 복사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열의도 드러냈다. 원정경기에 항상 참석해 선수단 사기를 복돋았다.
팬, 구단, 선수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한신의 우승 장면을 볼 수는 없었다. 야구단 한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업무로 비행기에 탑승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일본 교통부 민영철도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던 한신 그룹 회장을 대신했던 나카노 사장은 출장을 마치고 오사카로 복귀하던 중 탑승 항공기 추락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해야 했다.
당시 항공기는 정비 불량으로 사이타마현 서북부 오수타카산에 추락했다. 나카노 사장과 동행하던 전무이사도 함께 사망했다. 한신 팬들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 건 그의 시신에서 나온 유품이었다. 나카노 사장은 팀 창단 50주년 기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항공기 동체가 모두 타버린 상황에서 유일하게 확인된 나카노 사장의 유품이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신 선수들은 더욱 결의를 다졌다. 당시 6연패 수렁에 빠졌던 선수들은 나카노 사장을 위해 단결했다. 요시다 요시오 당시 한신 감독은 “돌아가신 사장을 위해 반드시 우승한다”라며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 해 한신은 유독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백스크린 3연발(숙적 요미우리전에서 3타자 연속 백스크린을 맞힌 홈런)’도 1985년 시즌에 나온 희대의 명장면이었다. 결국 한신은 그해 21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한신 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본시리즈마저 석권했다.
한편 나카노 사장의 사망은 일본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항공기 원정을 가급적 자제하고 고속철도 원정을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서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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