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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일류, 야구천재' 류현진의 꾸준함

기사입력 2013.07.02 13:08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 야구팬들의 의견이 둘로 갈린다. ‘류현진이 불쌍하다’와 ‘아니다 운이 좋은 편이다’로.

‘불쌍하다’의 근거는 기록이다. 6월 한 달 5차례 등판, 모두 퀄리티 스타트. 방어율 2.70에 승리 없이 1패. 이쯤 되면 LA 이글스가 아니냐는 얘기다. ‘운 좋다’ 측의 근거도 역시 기록이다. 33 1/3 이닝을 투구해서 맞은 안타가 모두 37개. 이닝 당 한 개 이상의 안타를 맞고도 실점이 10점(모두 자책점)에 그친 건 호수비의 덕을 톡톡히 본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 몇 분께 가르침을 청해 받았다. 여러 견해를 취합한 뒤 내린 결론은 ‘류현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빼어난 투수라는 것.’ 가르침 받은 내용을 정리한다.

왜 류현진의 피안타가 늘어났는가. 전력투구 횟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류현진의 현재 능력으론 7이닝 정도를 피안타 3,4개 정도로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동거리가 길고 5일 간격으로 등판하며, 한 시즌 162 경기를 치러야하는 메이저리그 일정을 감안하면 매경기 매투구를 전력투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그 다음 경기에 구위가 떨어진다. 여름이 지나 체력이 방전되면, 아무리 쉬어도 100% 충전이 어려울 수 있다. 류현진은 말하자면, 시즌 전체를 길게 보고 운영하는 ‘장기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본인은 방어율을 낮추는 것이 제1목표라고 말하지만 매 경기 6회 이상을 견디는 ‘이닝 이터’가 되는 것이 속마음인지도 모른다. 팀에선, 물론 ‘꾸준히 버텨주는 이닝 이터’를 진정한 에이스의 징표라고 생각한다. 불펜의 소모를 줄이고 점수를 많이 못내는 경우도 매 경기를 승부가 되도록 막아주는 능력자.

병살타를 자주 이끌어 내는 것도 능력이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류현진이 그렇게 유도하는 거다. 주자가 없을 때는 70-80%의 파워로 던지다가, 위기상황에선 100% 모드로 투구한다. 내야 땅볼을 ‘만들어 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는 뜻이다. 두산 김선우의 2010년 성적은 13승 6패, 154 2/3 이닝 163피안타, 2011년은 16승7패 175 2/3이닝 188피안타다. 나이 들어서도 긴 이닝을 소화하는 비결이 바로 완급조절, 강약조절이다.

어떤 경기던가, 김성근 감독이 ‘오늘 선우, 전력투구는 딱 두 개였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그만큼 스테미너를 적절하게 배분한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전력투구? 지난 경기 클리프 리의 두 번째 타석 스탠딩 삼진을 뺏은 직구가 좋은 예다. 꼼짝 못하고 당하지 않는가. 류현진은 지금 멀리 보고, 길게 생각하고, 팀을 위해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어딘지를 찾아가는 중이다. 다음 한 경기의 성적보다는 더 멀리있는 원대한 목표가 그의 행선지다.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고, 그걸 실천에 옮긴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오릭스 시절이던 1993년 이치로는 0.385의 기록적인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210개의 안타 중 홈런은 단 13개에 불과했다. 기자들이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내 목표는 공을 정확하게 치는 것이다. 홈런을 의식하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칠 수 있다. 문제는 타율이다. 힘을 실으려면 정확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니까.” 1994 시즌 초 이치로는 ‘파워 이치로’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그 해 타율은 0.342로 떨어졌지만 179개 안타 중 25개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증명했다.

떨어진 타율이 0.342? 이치로는 그래서 천재다. 매 경기 류현진의 ‘완벽투구’를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시 말해 팀이 고득점 고화력의 강타선이 아니어서 투수의 경기운영 선택범위가 넓지 않다면 류뚱의 ‘꾸준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살피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은근한 방법이리라. ‘천재’는 한 순간에 반짝하다 사라지는 누군가가 아니라, 길게 살며 장기간에 걸쳐 개인이 이룩하기 어려운 업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논어(論語)는 말한다.

愼終追遠(신종추원)하면 民德(민덕)이 歸厚矣(귀후의)다. (學而, 1/9)

해석) 일의 마무리를 신중하게 하고 원대한 것을 추구하면 백성의 백성다움도 두터워질 것이다.

매 경기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시즌 전체와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까지를 고려하여 길고 원대한 안목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팀의 사정이 나아지고 팬들의 지지도 늘어날 것이다. 이 글귀를 새기자. 류현진은 일류다. 야구 천재다.



장원재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게티이미지 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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