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삿포로(일본) 서영원 기자] ‘설국’ 홋카이도의 중심부 삿포로는 스포츠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동계 올림픽(1972)과 동계 아시아경기대회(1986,1990)를 개최하며 겨울 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삿포로가 겨울에만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삿포로돔을 중심으로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야구) 콘사도레 삿포로(축구) 등의 프로스포츠를 대표하고 있다.
두 팀은 야구, 축구 사상 처음으로 공동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삿포로돔이 건설됐으니 벌써 10년이 지났으며 두 팀은 이 기간 무리 없이 공존하고 있다. 6월 마지막주 삿포로돔을 방문했을 때 콘사도레와 니혼햄의 현수막이 고르게 걸려 있었으며 팬샵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니혼햄과 콘사도레는 연고가 다르다?
콘사도레와 니혼햄은 홈구장을 공동 사용하지만 연고가 다르다. 콘사도레는 삿포로시(한국의 시군구 단위)로 연고를 한정 짓고 있고, 니혼햄은 광역 개념인 홋카이도(한국의 도단위)를 연고로 한다. 니혼햄은 삿포로시 외에 관광지로도 유명한 하코다테,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등으로 떠나 홈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연고지의 개념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팀 정책도 달라졌다. 현재 콘사도레는 삿포로 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면 니혼햄은 '홋카이도 프라이드'를 앞세워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콘사도레의 마스코트는 삿포로의 관광대사, 니혼햄 마스코트는 홋카이도 관광대사로 각각 활용되고 있다.
양 팀의 경기 일정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콘사도레의 홈경기 때 니혼햄은 원정경기 또는 홋카이도 지방경기를 떠나며, 니혼햄이 홈경기를 가질 땐 콘사도레의 원정경기 혹은 삿포로 아츠베츠 경기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르고 있다. 양 팀이 서로의 일정을 배려하며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셈이다.
함께 하는 콘사도레와 니혼햄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두 팀이 함께 대처해 눈길을 모았다. 모금 활동 및 재해 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 이박에 마스코트 교류 행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서로 홈경기를 방문하는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연중 행사를 통해 “도레군(콘사도레 마스코트)은 니혼햄을 응원합니다”와 “BB군(니혼햄 마스코트)은 콘사도레를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문구를 갖고 나왔다.
이를 받아들이는 팬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러나 두 팀이 앞장서서 파트너로 함께 한다는 취지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콘사도레와 니혼햄은 각각 '삿포로와 홋카이도를 대표해 일본 챔피언에 오르자' 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축구와 야구 두 종목 간의 싸움이 아닌, 지역을 대표해 승리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팬심은 어디로, 콘사도레에 직격탄?
말 그대로 팬심이 한곳을 향해 쏠렸다. 니혼햄은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옮긴 뒤 신죠 츠요시, 다르빗슈 유 등 기존 스타와 신예들이 잘 섞이며 일본시리즈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반면 콘사도레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콘사도레는 2부리그와 1부리그를 오갔으며 니혼햄과 달리 큰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올 초 콘사도레 사장으로 부임한 노무라 요시카즈가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3월 게이오대학 광고연구회와 인터뷰에서 “삿포로 지역에 축구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포터는 물론이고 열혈 팬들이 많다. 그러나 대중적인 일반 팬들은 미디어와 직결되는 법이다. 야구와 싸울 생각은 없지만 콘사도레의 미디어 노출을 야구보다 늘리겠다”라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약속했다. 노무라 사장의 말대로 니혼햄은 미디어 노출이 많다. 홋카이도의 지역방송국은 예외 없이 니혼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수가 50여편이 넘는다.
한편 2010년 홋카이도 도민신문에서 ‘니혼햄의 홋카이도 입성 후 콘사도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가 콘사도레를 그대로 응원하겠다고 밝혔고, 37%는 니혼햄을 응원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27%는 니혼햄과 콘사도레를 모두 응원하겠다고 밝혀 균형을 이뤘다. 보이는 바와 달리 축구 팬이 적지도, 야구 팬이 많지도 않은 지역민들의 민심이었다.
니혼햄과 콘사도레는 팬 확보 방법이 다르다
두 팀의 사례를 더 끄집어보면 콘사도레는 극성 팬을 상대로, 니혼햄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일반 팬을 확보해 왔다. 콘사도레는 노무라 사장 주도 아래 ‘1만명 회사’라는 모토를 내걸어 서포터도 우리 회사라는 인식을 심었다. 팬 투표로 선발 라인업을 예상하고 팀과 서포터가 공동으로 한 경기당 유치 관중수 목표를 정해 '경기장 가기' 운동을 전개했다. 니혼햄은 야구의 혜택을 덜 받는 지역으로 떠나 ‘캐러밴’이라고 하는 길거리 응원을 주도했다. 2군 경기까지 상업화에 성공해 다양한 지역에서 야구를 볼 수 있게끔 했다.
문제는 새로운 팬 유입의 방법. 야구 기준으로 보자면 니혼햄이 유리하다. 역으로, 충성도 높은 팬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콘사도레가 우위다. 두 팀의 인기도와 지역 공헌을 척도로 구분할 수 없지만 각자의 방법이 다르고 시장도 차이가 있다. 삿포로 시내의 한 스포츠 펍을 운영하는 사장이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니혼햄이 없어진다고 콘사도레 관중이 증가하진 않는다. 콘사도레가 없다고 해도 니혼햄 관중이 늘지 않는다. 결국은 개인 취향이다. 두 팀이 할 일은 취향에 맞는 팬을 끌어들이는 것이지 서로의 팬을 빼앗는 일이 아니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 콘사도레와 니혼햄 ⓒ 서영원 기자 ]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