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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홍명보가 제안한 '한국형 축구'란 무엇인가

기사입력 2013.06.27 18:18 / 기사수정 2013.06.29 16:38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지난 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자 축구 팬들은 홍명보 감독을 가리키며 '10년에 한 번 웃는 남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스페인전 승부차기 이후 10년 만에 활짝 웃었다는 뜻이었다. 그럴 만 했다. 워낙 무뚝뚝해 무섭게까지 비치는 그의 평소 인상에서 웃음은 커녕 미소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까. 지난 25일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도 그랬다. 태극호의 새 선장이 된 홍명보 감독은 인터뷰 내내 진지했고 숙연했다. 그만큼 홍명보가 짊어진, 보이지 않는 어깨의 짐이 무겁다. 

◆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되기까지

한국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 뒤에는 역시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 홍 감독은 25일 파주NFC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짧게는 내달 동아시아연맹컵, 길게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선보일 대표팀 청사진을 밝혔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부터 파주NFC에 도착해 준비하던 홍 감독은 말끔한 정장 차림에, 조금은 피곤한 표정으로 대표팀 감독의 첫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여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에 성공했던 홍 감독은 뜨거웠던 여름을 보낸 후 지금까지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가졌던 모든 힘을 모두 뿜어낸 홍 감독은 올해 초 히딩크 감독이 있는 러시아의 안지 마하치칼라로 코치 연수를 떠나 스승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더 받고 돌아왔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배려로 러시아에서 5개월 동안 있었는데 훌륭한 시간이었다. 축구와 인생 모두를 배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강희 전 감독이 물러난 후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에 홍 감독을 원한다는 소식은 히딩크 감독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히딩크 감독도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면 수석코치로 보좌하겠다는 말을 할 만큼 홍 감독을 향해 지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모스크바에서 식사를 할 때 그런 말씀을 농담삼아 하셨다. 진심이라기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고마운 일이다. 더불어 충고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인생일대의 선택을 해야하는 제자에게 한 충고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것이었다.

홍 감독은 "감독님께서 만약 제안이 오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냄비에 넣고 끓여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끓이던 중에 튀어나온 것이 부담스럽거나 걸림돌이라 생각되면 거부하라는 말씀이었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자신의 환경과 의지를 신중히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스승의 교훈이었고 홍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거리낌 없음을 확인하고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을 내렸다. 스승의 충고로부터 영감을 얻은 홍 감독은 협회에 2년의 임기를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감독 의사를 전했고 1년 남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 23인 최종엔트리, 그리고 박지성

지난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빛나는 영광을 작성했던 홍 감독은 감독 데뷔 4년 만에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 창조에 나서게 됐다. 홍 감독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성과를 세워온 인물이다. 2009년 앳된 선수들을 데리고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걸어오며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청소년부터 올림픽대표팀까지 홍 감독과 함께했던 이들은 '홍명보의 아이들'이라는 애칭으로 통일된다. 월드컵 준비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홍 감독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익숙한 홍명보의 아이들을 다시 불러모을 것이란 전망도 그 이유다.

우선 공격진은 박주영을 위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대표팀에서 이동국 체제로 아쉬움을 남겼기에 홍 감독은 박주영을 다시 불러 최전방 원톱 자리를 맡길 것이 유력하다. 홍 감독은 박주영을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에서도 부동의 공격수로 활용했고 두 대회 모두 메달 획득의 결과를 얻어냈다. 중원은 구자철과 기성용, 김보경 등 현재 대표팀 주축이 그대로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최 전 감독도 이들을 중원에 세우는 횟수가 잦았지만 홍 감독은 보다 더 이들의 장점과 능력을 알고 있어 활용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 대표팀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수비진도 홍명보의 아이들이 중심이 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윤석영을 비롯해 올림픽 무대를 빛냈던 김영권, 황석호, 김창수 등 포백이 주전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이고 부상에서 돌아온 홍정호와 올림픽에서 신임을 얻었던 김기희와 장현수도 대표팀 부름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1년의 시간, 새로운 실험을 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적 문제로 홍 감독은 이전 대표팀에서 중용되던 이동국과 곽태휘, 김남일 등 노장 선수들은 배제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최근 대표팀내 부진이 이어지면서 박지성의 복귀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의 구국영웅으로 박지성을 지목하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거듭 대표팀 복귀를 부인하며 대표팀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했다. 홍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박지성 선수가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할 당시에도 난 본인의 생각과 의지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대표팀 복귀에 관해선 선수 의사를 최대한 따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박지성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 홍명보가 그리는 '한국형 축구'

홍명보 감독은 내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자신이 그리게 될 축구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홍 감독은 이를 '한국형 축구'로 정의했다. 그 중심에 바로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이 있다. 홍 감독은 "우리는 스페인도, 독일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전술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한국형 축구라고 밝힌 홍 감독은 기본 토대를 연이어 밝히며 추구하는 축구철학을 공개했다.

홍 감독의 한국형 축구 중심은 조직력에 있다.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하나의 팀(One team)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 감독은 축구는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기보다 11명 모두 하나가 되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넌지시 전했다. 축구에서 가장 조직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수비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내내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던 대표팀으로선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다. 공수 간격에 큰 문제를 보였던 대표팀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최종 목표가 바로 한국형 축구에 있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잘 뺏는다. 그리고 잘 뺏긴다"고 말했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압박의 중요성을 알게 된 대표팀은 이후에도 항상 압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를 가장 잘 실천한 이는 홍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해 런던올림픽 대표팀이다. 당시 대표팀은 멕시코와 영국, 일본 등 강호들을 상대로 3선이 고른 간격을 유지한 채로 1선부터 시작되는 압박으로 큰 효과를 봤다. 그 중에서도 상대에 볼을 뺏긴 후 다시 볼을 되찾아오는 시간이 짧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공적인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 '게겐프레싱(Gegen pressing)'과 일맥상통한다. 게겐프레싱은 '재압박'을 뜻하는 독일어로 볼을 뺏긴 후 재탈환하는데 시간을 줄이는 수비방법이다. 새로운 수비법도 아니다. 볼을 잃는 순간 곧장 상대의 볼을 가진 선수를 순식간에 2~3명이 압박해 다시 볼을 뺏어오는 것이다. 일대일 마크의 압박이 아닌 공간을 좁히는 수비 방법이 게겐프레싱의 핵심이다.

무조건 여러 명이 달라붙어 압박하던 구시대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공간을 지켜 상대의 공격 전개의 시간을 늦추는 수비 방법이다.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이 방법을 통해 볼을 뺏겨도 6~10초 안에 다시 되찾아오며 상대의 공격을 일선에서 차단했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동시에 오르며 게겐프레싱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 대표팀이 이들의 수비 수준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선수시절 '영원한 리베로'로 불리며 수비 전술에 능통한 홍 감독이기에 기대할만한 목표치다. 런던올림픽에서 콤팩트한 축구 방식을 선보였던 홍 감독이어선지 스스로 자신하는 바다.

그는 "축구는 생각보다 많이 변하지 않는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수비를 얼마나 잘 조직하느냐의 문제다"며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과 성실성,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있어 우리의 전술을 만들 수 있다. 쉽게 뚫리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홍명보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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