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배우 김태희(33)가 새로운 장옥정으로 연기 인생에 새로운 꽃을 피웠다.
김태희는 최고의 미모와 스타성을 지녔지만 언제나 연기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너무나 예쁜 얼굴 때문에 그의 연기력이 과소평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 서울대학교 출신의 경력을 지녔다. 여기에 최고의 관심을 받는 여배우 반열에 오르면서 부족할 것이 없는 '완판녀'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여배우가 갖추어야할 '연기력'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출세작인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에서 김태희는 '악녀'역을 소화했다. 항상 같은 톤의 대사에 똑같은 '째려보기'로 일관한 그의 연기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듬해 출연한 KBS 드라마 '구미호 외전'도 흥행과 평가가 그리 좋지 못했다.
첫 스크린 주연 작품인 '중천'(2006)도 흥행에 실패했다. 아름다운 외모로 'CF 퀸'에 등극했지만 그를 대표할 작품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본업인 배우로서 순탄하지 못한 과정을 걸었지만 이러한 시련의 시간은 더욱 그를 성장케 했다.
2009년에 방송된 KBS 드라마 '아이리스'는 김태희를 비로소 '배우'로 만들었다.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미숙했던 연기력은 한층 발전했다.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의 연기는 겉돌지 않았다. 훌륭한 연기라 말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보였지만 다른 캐릭터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인 '장옥정-사랑에 살다'(2013)에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돌았다. 극 초반부에는 김태희의 연기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대사 및 시선 처리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결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닌 '장옥정'을 온전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가 설정한 '착한 장옥정'과도 김태희의 개성이 잘 맞아들었다. 이미숙, 전인화, 김혜수 등이 연기한 기존의 '악녀 장희빈'은 김태희의 특징과는 여러모로 거리감이 있다. 김태희는 극 중간 중간에 장옥정 특유의 표독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장옥정-사랑에 살다'에서 그려지는 장희빈은 결코 '악녀'가 아니다. 숙종(유아인 분)과의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순정녀'에 가깝다.
'장옥정-사랑에 살다'에 등장할 새로운 장희빈이 누구인지를 김태희는 잘 알았던 것처럼 보인다. 초반부에 나타난 연기력은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예전과는 다른 깊은 감정 이입을 보여줬다.
김태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역대 최고의 장옥정이 되지는 못했지만 '착한 옥정이'를 그려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는 결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배우는 아니지만 숱한 경험을 토대로 마침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의미에서 '장옥정-사랑에 살다'는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태희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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