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가의서 이승기 수지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강치는 끝내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인간되기 여정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웠다.
2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 마지막회에서 담여울(수지 분)은 조관웅(이성재)의 수하 서부관(윤주만)이 쏜 총에 맞아 차츰 기력을 잃어갔다. 무형도관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을 준비한 여울은 결국 강치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초승달이 걸린 도화나무에서 만난 인연 중 한 명은 죽는다는 소정법사(김희원)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옥사에 갇힌 조관웅(이성재)은 박청조(이유비)가 준 술을 마시고 최후를 맞이했다.
강치는 여울과의 사랑을 가슴에 안은 채 무형도관을 떠나 홀로 길을 나섰다. 인간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인 '구가의서'는 찾지 않았다. 하지만 깜짝 반전이 등장했다. 극은 422년이 지난 현대를 비췄고 불로불사 강치와 환생한 여울은 우연히 재회하며 열린 해피엔딩을 맞았다.
마지막까지 판타지 드라마다운 묘미를 선사했지만 애절하고 감성적인 판타지 사극에서 코믹물로 변모한 듯한 결말은 아쉬웠다.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감안한다지만 갑작스런 2013년 현대의 설정은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할만 했다. 강치가 길을 떠나며 극이 마무리 되거나 가까운 미래가 암시됐으면 훨씬 여운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구가의서'는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반인반수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만화 같은 소재를 내세웠지만 진정성이 존재했다.
말미 이순신(유동근)은 강치에게 "인간으로 사는 것에는 답이 없다.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말했다. '구가의서'의 존재 유무를 떠나 강치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겪었던 모든 과정, 특히 여울과의 사랑이 그를 '진짜'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 강치를 통해 진정한 인간애의 정의를 담아낸 점만 보더라도 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을만 하다.
'제빵왕 김탁구'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와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연출한 신우철PD가 의기투합해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이드라마는 중후반 전개에 탄력을 잃은 감이 없진 않았지만, 짜임새 있는 캐릭터와 개연성 있는 전개로 판타지 사극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했다. 자연스러운 CG와 아름다운 절경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몰입을 높였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야말로 '구가의서'를 빛나게 했다. 주인공 이승기와 수지를 비롯해 이성재, 조성하, 유동근 등 걸출한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여기에 구월령으로 여성들의 로망이 된 최진혁과 연기력 논란을 벗어던진 듯한 이연희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구가의서 ⓒ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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