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지난 10년간 "올해는 다르다"고 외치던 LG 트윈스가 진짜 달라졌다. 허언이 아니었다. 팬들의 의심도 믿음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모든 평가는 시즌이 끝난 뒤에 이뤄진다. 그러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타자들은 필요할 때 쳐준다. 선발진은 버텨주고, 계투진은 지켜준다. 최근 LG의 경기력은 영락없는 강팀의 모습이다.
LG는 14일 잠실 넥센전서 4-3, 9회말 끝내기승을 거두며 3연승에 성공했다. 최근 20경기에서 16승 4패, 승률은 무려 8할에 달한다. 지난달 23일 삼성전부터 13일 대전 한화전까지 7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는 동안 연패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전에는 연승 마감 직후 연패의 늪에 빠지며 무너지기 일쑤였던 LG다.
그러나 믿음과 소통으로 똘똘 뭉친 지금의 LG는 다르다. 지난해 5할 사수를 위해 안간힘을 쓸 때도 +5 이상의 승패 마진을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6까지 떨어지고도, +6(31승 26패)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어느새 리그 2위 넥센(32승 1무 21패)에도 2.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올해도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똘똘 뭉쳤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바로 14일 넥센전이다. 이날 선발 류제국은 6⅓이닝 2실점 호투에도 계투진이 동점을 허용해 승패 없이 물러났다. 마무리 봉중근이 8회초 1사 1, 3루서 등판해 적시타를 맞고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캡틴' 이병규의 시즌 첫 홈런도 결승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개인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팀 승리에 하나됐다. 봉중근은 "8회에 내가 못 막아서 아쉬웠다"면서도 "9회를 막으면 타자들이 점수를 내줄거라 믿었다. 정말 고맙다"고 했고, 류제국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며 의연한 모습이었다. 둘은 9회말 터진 문선재의 끝내기 안타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김기태 감독도 "선수와 팬이 한마음이 된 감동적인 승리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벅차다"며 감격해했다.
'존중과 배려'가 팀 전체에 자리 잡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줄곧 4번 타자로 나서던 정의윤을 14일 선발에서 제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감독은 "야구는 9명이 아닌 야수 14명을 모두 활용하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선수가 50경기에 쉬지 않고 나서면 지금 성적이 나왔겠느냐"는 것이 이유. 5월 첫 15경기에서 3승 12패로 허덕이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팀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팀 기록만 봐도 대부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투수 부문에서는 팀 평균자책점(3.64)과 경기당 평균 피안타(8.5개), 홀드(34개) 부문에서 1위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32)과 최소 사사구(3.77개)는 2위다. 타격에서도 팀 타율(0.282)과 경기당 평균 안타(9.43개)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병살타는 0.46개(경기당 평균)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짜임새가 생겼다. 이전까지 투수들의 제구 불안과 고비마다 병살타로 자멸하던 LG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흐름은 좋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선수들도 지금 상승세가 '반짝'으로 그치지 않게끔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좋은 예로 내야수 김용의는 선발로 나서지 않더라도 펜과 노트를 들고 메모를 쉬지 않는다. 상대 투수들의 퀵모션을 재고 빠른 주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투수진은 베테랑을 중심으로 대화의 장을 연다. 같은 사이드암인 우규민과 신정락도 아낌없이 정보를 공유한다. LG가 완전한 '팀'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봉중근과 류제국(사진 오른쪽)이 14일 끝내기 안타를 친 문선재를 축하해주고 있다, 홈런을 터트린 '캡틴' 이병규가 선수들과 '으쌰으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사진 오른쪽)이 문선재를 환영하고 있다 ⓒ 잠실,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