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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베이루트 참사'에도 이동국을 신뢰하는 까닭

기사입력 2013.06.05 18:06 / 기사수정 2013.06.06 15:54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축구에서 원톱은 외롭다. 필연적으로 고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해당 팀이 수비만 하겠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톱의 '볼 키핑력' 여부에 따라 팀 전체 공격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공격수라면 볼을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여러 수비수에게 둘러 쌓여도 볼을 지켜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뛰어난 공격수의 첫번째 조건으로 '등 지는 플레이'를 꼽는 의견이 많다.

과거 이동국은 이런 관점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다수의 K리그 감독들이 이동국을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꼽으면서도 스리톱 시스템이나 이와 비슷한 전형의 대표팀에 적합한 원톱은 아니라고 했다. 이동국이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오른 무릎 싶자인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자 한 축구계 인사는 "선수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표팀에겐 잘 된 일"이라고도 했다.

이동국은 이를 악 물었고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상 복귀 이후 진출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로에선 묵직한 흑인 수비수들을 상대로 겁 없이 힘껏 몸을 부딪혔다. K리그로 돌아와서는 성남 일화, 전북 현대를 거치며 포스트플레이에 점차 눈을 떴다. 여전히 강점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단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더불어 그는 자신만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5일 오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서 한국이 졸전 끝에 1-1로 비기자 비난의 화살이 이동국에게 돌아오고 있다. 때 되면 찾아오는 이동국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비단 한국 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어느 나라건 대표적 공격수들은 늘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SNS까지 극성이니 그 모욕감을 참고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슬쩍 넘기려다 비판 글 중 '당신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멘트가 펜을 들게 된 동기부여가 됐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동국이 욕심을 내고 있는 걸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관련해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논스톱 슈팅을 단 한 번의 터치도 없이 곧바로 슈팅하는 것으로 정의했을 때 유로 2008에서는 전체 77골 가운데 57골이 논스톱 슈팅에 의해 나왔다. 논스톱 슈팅에 의한 득점 비율이 무려 74%에 이른다. 페널티킥과 프리킥에 의한 득점을 포함하면 유로 2008에서 나온 거의 모든 골이 논스톱 슈팅으로 기록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퍼스트 터치'의 중요성이 강조된 유로 2004에선 전체 77골 가운데 논스톱 슈팅에 의한 득점이 42골이었다. 논스톱 슈팅 비율이 54.5%였으니 4년 만에 수치가 껑충 뛰었다. 현대축구에서 공격속도는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압박을 피하기 위해 '원터치 패스'가 늘었고 논스톱 슈팅의 비율이 높아졌다. 현대축구서 공격수라면 빠른 플레이가 필수가 되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동국은 슈팅에 관한한 의심할 바 없이 한국 최고의 공격수다. 한국선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논스톱 슈팅 습관이 몸에 베어있는 공격수이기도 하다. 볼을 잡고 질질 끄는 여타 국내 공격수들과는 다르다. 축구라는 게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길게 놓고 보면, 아직까지 이동국 보다 빠른 슈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없어 보인다. 이동국 스스로도 "예전부터 슈팅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밤 레바논전은 못했던 경기가 맞다. 수 없이 놓친 득점 기회 속에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후방에서 그리 세련되지 않게 넘어온 볼을, 건장한 상대 수비수 2명과 경합하다 쟁취했고 쓰러지면서 곧바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전진수비를 펼친 상대 골키퍼의 몸에 맞고 굴절됐으나 골문 안으로 향했다면 분위기는 달려졌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이동국 보다 매끄럽게 연결했을 국내 공격수가 얼마나 될까. 



김덕중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이동국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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