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14탈삼진-8이닝-137구' 모두 데니 바티스타(한화 이글스)의 국내 데뷔 후 최다 기록이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로 시즌 5승을 따냈고,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3연승을 따냈다. 하지만 그의 137구에는 '불펜 불안'이라는 이면이 존재한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끌어주지 못하면 팀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를 기록했다. 전날(2일) 대전 NC전 승리로 4연패를 끊었다. 3승 모두 선발진이 7이닝 이상을 끌어줬을 때 나왔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서는 대나 이브랜드가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줬고, 이틀 뒤인 LG전서는 바티스타가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후 4경기 중 2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무너졌고, 2경기에서는 계투진이 3-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하고 말았다.
전날도 바티스타가 8이닝을 끌어주지 못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바티스타는 7회까지 118구를 던졌다. 지난 4월 4일 KIA전서 기록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120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는 7회말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더그아웃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고, 어깨를 풀며 8회 등판을 예고했다. 그리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19개의 공을 더 던졌다. 총 투구수는 137개. 바티스타는 "내가 8회에도 던지겠다고 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한화의 불펜이 강했다면 바티스타가 8회, 137구까지 던질 필요는 없었다. 이는 팀의 불펜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현 상황에서 2점 차 리드를 완벽하게 지켜낼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5월 초까지 팀의 승리를 함께했던 송창식도 5월 이후 평균자책점 9.69(13이닝 14자책)로 무너졌다. 한화 이대진 투수코치는 경기 전 "오늘은 될 수 있으면 송창식을 안 쓰려고 한다. 본인은 '팀이 힘드니 내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받쳐줄 선수가 있으면 쉬게 할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6점대에 달하다 보니 믿고 맡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5-1에서 김경태-송창식이 각각 공 5개, 10개로 1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LG전서 3-0으로 앞선 8회말 계투진이 5실점하며 무너졌다. 선발 김혁민의 6⅔이닝 무실점 호투도 소용이 없었다. 전날에도 선발 윤근영이 5⅓이닝 1실점 호투했지만 계투진이 나머지 3⅔이닝 동안 무려 7점을 내주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3일 현재 1군에 등록된 팀 내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이는 바티스타(3.68)뿐이다. 계투진 중엔 마일영(4.26), 임기영(4.50), 송창식(4.59)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자책점이 5점대를 넘어간다. 팀 평균자책점 5점대는 한화(5.65)가 유일하다.
바티스타는 2일 경기 후 "경기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던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는 작년과 올해를 포함해 오늘처럼 많이 던진 날은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최다 이닝과 투구수까지 경신했다. 이어 "6~7회쯤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안 던질 수도 없다.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어깨가 싱싱한 불펜을 가동하는 것보다 힘이 떨어진 선발투수를 계속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선발투수가 매 경기 7이닝 이상을 소화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약한 불펜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3일부터 4일 휴식기를 갖는 한화의 마운드는 어떻게든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코치는 "극적인 변화보다는 선발진이 정상적으로 버텨주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시즌 내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한화가 바티스타의 137구 투혼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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