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한층 예리해진 슬라이더는 대나 이브랜드(한화 이글스)의 최대 무기였다. "끝까지 믿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며 믿음을 드러낸 김응룡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이브랜드가 감격적인 국내 무대 첫 승을 따냈다.
이브랜드는 26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데뷔 후 최다인 124구를 던지며 6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팀의 3-1 승리를 이끈 그는 11경기 만에 감격적인 국내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탁월한 코너워크가 돋보였고, 사사구를 2개만 내준 부분도 고무적이었다. 시즌 시작 전 "어떤 카운트에서도 내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한 이브랜드의 최대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이브랜드는 2회까지 40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듯했지만 이후 4이닝을 54구로 마무리지으며 안정을 찾았고, 2회 2사 만루, 5회 2사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기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날 이브랜드의 투구수 124개 중 스트라이크는 74개. 51개의 슬라이더를 던졌고, 최고 구속 144km 포심패스트볼(22개), 투심패스트볼(26개)에 체인지업(23개)을 적절히 섞어 던졌다. 그만큼 슬라이더에 자신이 있었고, 완벽하게 통했다. 스스로도 "슬라이더를 낮고 강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했고, 호흡을 맞춘 포수 박노민은 "최근 던진 슬라이더 중에 오늘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브랜드는 1회초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후속타자 조동찬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이승엽을 4-6-3 병살로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넘겼다. 2회 들어 위기가 찾아왔다. 2회초 선두타자 최형우와 박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강봉규와 정형식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곧이어 이지영에게 내야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상수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3회와 4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느껴졌다.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해졌다. 5회에는 선두타자 정형식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이지영과 김상수를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2사 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배영섭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6회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브랜드는 2사 후 정형식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포수 박노민이 정확한 송구로 정형식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이브랜드는 박노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노민도 더그아웃 부근에서 무실점투를 이어간 이브랜드를 반겼다.
7회까지 106구를 던진 이브랜드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이지영을 투수 앞 땅볼, 김상수를 3구 삼진 처리하며 개인 최다이닝(종전 7⅓이닝)을 넘어섰다. 후속타자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주자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상태를 확인했다. 이브랜드는 미소를 보이며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후속타자 대타 진갑용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이브랜드는 왼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환호했다. 대전구장에 모인 한화 홈팬들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이브랜드를 연호했다.
그는 3-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송창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송창식이 1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이브랜드의 국내 무대 첫 승을 지켜줬다. 이전 10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브랜드다. 긴 머리를 자르고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절실함이 통했다. 약점을 보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는 기분 좋은 첫 승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대나 이브랜드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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