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6개 구단이 모두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이 바뀐 팀도 있고, 코치가 보강된 팀도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문이 닫히면서 선수 이동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연봉계약과 시즌 준비뿐이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시작한 6개 구단을 찾아 감독과 키플레이어를 만나봤다. 다음 시즌을 향한 출발점을 점검하는 뜻에서 연재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 청주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변연하 선수
② 부천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 김정은 선수
③ 구리 KDB생명 안세환 감독, 신정자 선수
④ 안산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김단비 선수
⑤ 용인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 이미선 선수
⑥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임영희 선수
춘천 우리은행의 지난 1년은 격세지감(隔世之感)으로 요약된다. 만년 꼴찌를 벗어나 정규시즌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우승팀끼리 맞붙은 W-챔피언십에서도 전승으로 우승하며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첫 번째 목표였던 꼴찌 탈출과 두 번째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훌쩍 뛰어넘는 놀랄만한 성적표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엘리베이터 올라타기에 성공한 것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농구를 시도한 때문이다. 농구는 ‘손’으로 하는 경기지만 ‘발’로 승부를 건 우리은행의 선택이 주효한 결과다.
앞선에 포진한 우리은행 삼각편대(이승아-박혜진-임영희)는 공격 때마다 후다닥 상대 코트로 뛰어 넘어가 오픈 찬스를 만들었고, 수비 때는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어떤 상황에서 슛이 날아가도 두 명 이상이 달려들어 리바운드에 참여한 것도 ‘발’의 힘이었다.
이처럼 빠르고 강력한 앞선의 활약을 바탕으로 2라운드까지 8승2패로 치고나간 우리은행은 용병 티나 톰슨이 가세하자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팀이 됐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통산 득점 1위에 빛나는 티나 톰슨은 정통 센터가 아니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상대 장신 센터와 맞붙었고, 때론 강점인 외곽포를 무기 삼아 상대 용병을 3점 라인 바깥으로 끌어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빠른 농구는 리그에 자극제가 됐다. 다른 팀들도 시즌이 끝난 뒤 한층 강화된 체력훈련을 화두로 들고 나왔고, 2군 도입과 맞물려 여성코치를 도입한 것도 우리은행 벤치마킹 측면이 작용했다.
이제 우리은행의 위치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꼭대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남겨졌다. 타이틀을 방어하는 일은 어쩌면 정상정복보다 힘든 측면이 있다. 정상에는 늘 평지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 오래 머물기 어렵다.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오는 팀도 막아내야 한다. 늘 올라갈 생각만하다가 이제는 지켜야 하는 입장으로 위치가 바뀐 위성우 감독을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 대표팀 지휘봉 잡는 위성우 감독
지난 8일 대한농구협회 이사회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감독에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을 선임했다. 처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위 감독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부담감도 큰 게 사실이다.
대표팀의 위성우 체제는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위 감독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위 감독의 고민거리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표팀은 8월 중순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3개월 남짓한 공백기간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바로 정규시즌 개막으로 이어진다. 물론 대표팀에 임영희와 박혜진 등 소속선수도 함께 갈 예정이고, 상황에 따라 추가합류도 예상되지만 남아 있는 선수단과의 전술훈련에는 분명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합류할 외국인선수 2명과는 손발 한 번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하고 시즌에 돌입해야하는 상황이다. 경기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야 하는 숙제까지 덤으로 생겼다. 어느 팀이나 입장은 비슷할 수 있지만 감독의 빈자리는 코치가 떠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 이정현에 거는 기대 크다
위성우 감독은 돌아오는 시즌에서 눈여겨볼 선수 3명을 꼽았다. 이정현, 이은혜, 김단비다. 센터 이정현은 신장(188센티)이 좋고, 슛이 정확해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무릎이 아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정현이 돌아오는 시즌에서 아픔을 털고 한 계단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단 6년째로 접어든 가드 이은혜는 팀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다. 훈련하는 모습 속에서 열정이 보인다. 코트 안에서도 그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청주여고를 졸업한 김단비도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장점인 활력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더 없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베스트5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만큼, 더블스쿼드 구축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스피드에 역점을 둔 팀 스타일도 선수층의 엷고 두터움에 따라 롱런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만큼, 미래재목의 성장은 중요한 부분이다.
▲ 새로 뽑을 외국인선수는 다른 스타일로
우리은행은 티나 톰슨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우승 후 하와이 여행 때도 티나 톰슨이 가족들과 함께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동료애를 과시했었다. 그러나 이번 드래프트에서 우리은행은 1라운드 5순위나 6순위를 지명해야 한다. 국내리그에서 검증된 선수가 지명될 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위성우 감독은 빅맨 한 명과 파워포워드 한 명으로 외국인선수를 지명할 계획이다. 빠른 용병 한 명은 반드시 찾아낼 참이다. 6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계획도 세웠다. 우리은행의 트레이드마크인 스피드를 살려낼 수 있는 선수가 온다면 또 한 번의 대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활약하지 않았던 선수가 입국과 동시에 좋은 활약을 펼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용병은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개인적인 목표 달성에 대한 해석과 행동이 다를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여기에 한국 문화 적응과 선수단과의 융화도 중요변수다.
위 감독은 “용병은 운이 따라야 한다.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선발하는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이번에는 두 명을 보유할 수 있어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2라운드에 지명된 선수가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 지옥 훈련 '시즌2'는 전술 강화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을 했다. 훈련량의 한계치를 뛰어넘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시즌 훈련구상이 궁금했다.
위성우 감독은 “변화는 있을 것이다. 일단 시간이 많지 않다. 사실 지난해는 선수들을 세세하게 파악하기도 전에 훈련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한 시즌을 지낸 만큼, 체력 뿐 아니라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과 W챔피언십까지 치르느라 시즌이 길어졌다. 다른 팀들이 휴가를 마치고 다시 훈련을 시작할 때쯤 하와이로 여행을 떠났다. 5월은 가볍게 몸을 푸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상황이지만 6월에는 체력과 전술훈련에 돌입한다.
6월 말부터는 내한하는 일본 팀들의 연습경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몸만들기와 더불어 경기감각도 동시에 끌어올릴 작정이다. 일본 챔피언 JX 에네오스가 우리은행에 패하자 일본 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은행과의 연습경기를 원하고 있다.
위 감독은 대표팀 합숙에 들어가기 전까지 1차적인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의 뼈대를 완성하고,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시험무대를 가져볼 계획을 세웠다. 시간이 빠듯하다.
위 감독은 “우리도 꼴찌에서 우승을 했다. 이제 어느 팀도 우승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우리은행의 달라진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위성우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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