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05 18:09 / 기사수정 2007.12.05 18:09
▲ 한국 최고의 세터 최태웅의 활약이 돋보였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9연패를 달리며 한국 배구 계를 장기적으로 집권할 시기엔 이란 독주를 지적하는 비판이 상당히 많았었다.
그러나 9연패의 업적을 이룬 주인공들이 하나 둘씩 은퇴하고 선수층마저 얇아지자 더 이상 삼성화재는 배구 계를 호령할 강팀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삼년은 간다'는 말처럼 삼성화재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약체로 추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번 시즌에 신진식과 김상우, 방지섭 등이 은퇴했다 하더라도 배구의 기본기와 경험이 녹록한 노련한 선수들이 가장 많은 팀이 바로 삼성화재이다. 프로구단 네 개 팀 중, 가장 좋은 수비력과 기본기를 가진 선수들이 포진돼 있으며 거기에 한국 최고의 세터인 최태웅이 아직도 건재하다.
이런 팀에 새롭게 가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선수 안젤코는 KOVO 컵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의 레안드로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성화재 특유의 조직력에 융화된 그의 위력이 상당히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인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안젤코는 무려 35득점을 올리며 승리의 수훈 갑이 됐다. 물론 작년 시즌에도 레안드로가 매 경기마다 엄청난 점수를 올려주며 팀을 승리로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의 내용을 보면 안젤코의 활용도가 훨씬 뛰어난 것이 드러난다.
레안드로는 특유의 높은 타점과 파워를 앞세워 오픈 공격과 후위공격 등의 스케일이 큰 공격으로 득점을 생산해냈다. 그러나 이러한 루트의 공격은 한계가 있으며 삼성화재 같이 끈끈한 조직력이 중심인 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좋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레안드로 일변의 단순한 공격루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위력이 점차 떨어졌으며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의 짜임새 있는 조직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그러나 안젤코의 활용도는 레안드로에 비해 한층 효율적이고 팀의 조직력에 융화되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장병철이 주전으로 뛸 때는 레프트에서 공격하지만 단순히 큰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차와 C퀵 등으로 공격하며 후위에서도 레프트와 중앙, 그리고 라이트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포지션에만 있으면 위치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짧은 훈련을 통해서는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KOVO컵을 통해 그의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의 신치용 감독은 그동안 안젤코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팀의 조직력에 그의 플레이를 조합시킨 결과가 이번 경기에서 최상으로 나타난 걸로 평가하고 싶다.
여기에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가담도 서슴지 않는 그의 모습은 현대캐피탈의 2연패를 이끈 숀 루니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장 이상적인 외국인 선수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세터인 최태웅의 볼 끝은 상당히 빨라졌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의 게임 운영은 이제 절정에 오른 수준이다. 최태웅의 다채롭고 뛰어난 두뇌플레이를 적극 지원하는 삼성화재의 리시브와 수비진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4일 있었던 1라운드 대한항공전에 가입한 '새로운 월드 리베로'인 여오현은 월드컵 대회로 인해 피로가 가시지 않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 날 경기에서도 눈부신 디그와 리시브로 팀을 승리로 이끈 숨은 공신이었다. 또한, 손재홍과 장병철, 그리고 석진욱 등도 역시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이며 안젤코 역시 수비가담을 하는 것을 보면 삼성의 모든 윙플레이어들은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에도 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짜임새 있고 탄탄하게 이루어진 조직력의 배구는 팀 자체에서 균열이 생기지 않는 이상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유명 선수들이 은퇴했다고 하지만 팀의 선수 구성력과 최태웅이란 세터의 존재, 그리고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팀이 삼성화재라는 것을 보면 이번 시즌에도 이들이 우승후보로 꼽힐 수 있다는 예상은 개막전과 이번 경기로 입증이 된 셈이다.
여기에 맞선 대한항공도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끈질긴 수비력을 바탕으로 최태웅 세터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마법의 배구를 당해내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기둥인 보비가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개막전 때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여전히 박빙의 상황에서 능숙한 손놀림이 아쉬운 김영래 세터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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