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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구단탐방③] KDB생명 안세환 감독, 시원하고 빠른 농구 약속 드린다

기사입력 2013.05.10 12:25 / 기사수정 2013.05.10 12:25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구리, 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6개 구단 가운데 우승팀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팀이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이 바뀐 팀도 있고, 코치가 보강된 팀도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문이 닫히면서 선수 이동도 마무리됐다. 지금은 연봉계약과 훈련만이 이어질 뿐이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다시 훈련을 시작한 6개 구단을 찾아 감독 및 키플레이어를 차례로 만나 새로운 팀 분위기를 살펴본다. 다음 시즌을 향한 출발점을 점검하는 뜻에서 연재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청주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변연하 선수
② 부천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 김정은 선수
③ 구리 KDB생명 안세환 감독, 신정자 선수
④ 안산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김단비 선수
⑤ 용인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 이미선 선수
⑥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임영희 선수



구리 KDB생명은 지난 시즌(12~13) 우승후보였다. 그 전 시즌(11~12)에서 정규리그 2위를 했었고, 전력누출이 없었던 만큼 우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여자 프로농구 출범 15년 만에 처음 등장한 여성 감독 이옥자 체제가 시작되면서 기대감은 상승했고, 모기업인 KDB금융그룹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의욕적으로 움직인 측면까지 덤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일이 단단히 꼬였다. 시즌 개막일인 지난해 10월 12일. KDB생명은 4년 연속 꼴찌였던 우리은행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56-65로 완패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KDB생명은 이후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잡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자 속출에는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경은이 왼쪽 발 피로골절로 이탈했고, 신정자는 코뼈가 부러지며 병원 신세를 졌다. 게다가 외국인선수 비키 바흐가 무릎 연골 부상으로 떠나며 대체 선수로 애슐리 로빈슨이 입국하는 혼란까지 겪었다.

그 사이 차포를 뗀 KDB생명은 5연패-8연패-5연패를 반복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팀은 1월 9일에 조은주, 곽주영, 애슐리 로빈슨을 신한은행에 내주는 대신 강영숙, 이연화, 캐서린 크라예펠트를 받는 3:3 대형 트레이드로 변화를 시도했다.

트레이드 이후 2연승을 내달릴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마지막 불씨를 살려뒀던 KDB생명은 2월1일 청주 원정길에서 KB스타즈에 75-82로 패하며 사실상 4강의 꿈을 접었다. 구단은 사상초유의 감독-코치 임무 교대라는 궁여지책을 내놓았지만 돌이키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최종성적 13승22패로 꼴찌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KDB생명은 안세환 감독체제로 전환하며 팀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 안정적인 자리 박차고 나온 안세환 감독
삼일고와 단국대를 거쳐 산업은행에서 활약한 안세환 감독은 국가대표를 지냈고, 92년 농구대잔치에선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던 민완가드 출신이다. 안 감독은 이후 은행원의 길을 걸으며 승승장구했다. 법인영업팀장이라는 중책을 빈틈없이 조율하며 탁월한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왔던 그다.

농구인 출신 금융인인 그에게 그룹 최고위층에서는 지난해부터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파격적인 요청이었다. 첫 번째 제안을 거절했던 안 감독은 두 번째 요청에는 화답했다. 어쩌면 독이 든 성배가 될지도 모를 잔을 번쩍 들어 올린 이유는 단 하나. 가슴 한 편에 남아있는 농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안세환 감독은 “시원하고 빠른 농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거침없는 멘트로 출사표를 던졌고, 1군 최명도 코치와 2군 유영주 코치로 코칭스테프 구성을 마친 뒤 발 빠른 행보에 돌입했다.

▲ 1번 포지션은 이경은이 주전이다
가드 출신인 안세환 감독의 농구스타일은 확실하다. 가드의 역할이 볼의 운반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 최근 두 시즌 동안 KDB생명이 펼친 모든 경기를 영상을 통해 분석한 안 감독은 이경은처럼 과감하게 들이파거나 해결능력까지 보유한 선수에 대한 중용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감독은 “패턴에 의한 공격을 할 때, 조금이라도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바로 슛이 올라가야 한다. 약속에 의한 플레이라고 해서 끝까지 진행시킬 필요가 없다”며 빠른 농구를 재차 강조했다. 그런 안세환식 농구에는 이경은이 적격이라는 것. 국가대표 출신인 이경은은 지난 시즌 이옥자 감독이 김진영을 주전가드로 중용하면서 출전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벤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었다.

현재 이경은은 3월에 어깨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을 시작한 상태다.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다. 아직 상체를 움직이는 운동은 할 수 없지만 전동 바이크를 타면서 하체운동을 시작했다. 재활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시즌 개막 전까지는 출전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눈여겨볼 다섯 선수와 용병
KDB생명에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신정자, 강영숙, 이연화, 이경은, 한채진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들은 KDB생명의 핵심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안세환 감독은 이들만으로 농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는 선수 5명을 한 명씩 거론했다. 구 슬, 전보물, 노현지, 김소담과 김유경이었다. 이들 5명은 KDB생명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지금은 묵묵히 훈련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는 재목이라는 것.

이들 5명의 성장 여부는 KDB생명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런 만큼 안세환 감독은 이들에 대해 부임 초기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외국인선수다. KDB생명은 하나외환과 추첨을 통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다. 안 감독이 6월에 미국으로 날아가 선수들을 직접 보면서 리스트를 새로 꾸릴 예정이지만 지난 해 활약한 용병 가운데서는 우리은행에서 뛴 티나 톰슨을 가장 적합한 선수로 꼽고 있다.

▲ 안세환식 관리농구가 궁금하다
안세환 감독은 조직생활에서 단련된 관리비법을 농구단에 심고 있다. 팀이 가야할 방향을 프리젠테이션 파일로 만들어 주장 신정자를 통해 선수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조직을 살리기 위한 원칙은 고수하되, 소통을 통한 유연성을 강조한다. ‘무조건 해라’는 식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안된다면 그 이유를 묻고, 그것이 합당하다면 인정하면서 다른 길을 찾겠다는 것.

이를 위해 안 감독은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칭찬을 많이 한다. 칭찬이 안 감독의 소통 코드인 셈이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안 감독은 선수들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가면서 더 큰 욕심도 끌어내보려고 합니다.”

구단 고위층이 왜 안세환 감독을 그토록 농구단 수장에 앉히려 했는지는 11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안 감독의 농구는 진행형이지만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코트에서 그만의 스타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안세환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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