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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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정평호에 박수를...

기사입력 2006.02.11 06:59 / 기사수정 2006.02.11 06:59

여준구 기자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 신화를 일궈낸 감동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이런 감동 스토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데, 신체 조건이 중시되는 종목의 경우 열악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스타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 정평호 선수 
ⓒ 한국배구연맹
키가 작다는 이유로 드래프트에서 외면당한 후 신고 선수로 입단, 4년 만인 지난 시즌 국내 최고의 유격수 자리에 우뚝 선 두산 베어스의 유격수 손시헌의 예가 대표적이다. 요즘 정규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프로배구에도 이런 스토리를 접할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주전 라이트 정평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초청 팀 자격으로 프로배구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전력. 전력의 열세를 증명하듯 지금껏 3승을 거두는데 그치며 최하위에 처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팀의 경기를 지켜보면 꽤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상대 팀의 리베로나 세터와 비슷한 신장인 183cm 의 자그마한 키로 종횡무진 공격을 퍼부어대는 '작은 거인' 정평호의 활약이다. 

정평호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는 이경수에 이어 득점 2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상당히 높은 공격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무척 놀랍다. 한국전력은 단신 선수들로 구성된 팀인 탓에 리시브가 정확하게 이루어져 제대로 셋업된 공격이 나오지 않으면 공격 성공률이 무척 떨어지는 팀. 

이런 팀의 주공격수 역할을 맡아 때리기 어려운 볼이나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공격을 도맡아 처리하면서도 높은 공격 성공률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활약이다.

정평호의 활약에 더욱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가 두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현재의 자리에 섰다는 점 때문이다. 높이의 운동인 배구의 경우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열악한 신체 조건의 선수가 성공하기 어렵다. 점점 장신화가 이루어지는 추세라 요즘은 세터들의 신장도 190cm 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183cm 라는 그의 신장은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작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불리함을 탄력, 파워 같은 자신만의 장점들로 메우면서 정상급 공격수의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짐작을  가고도 남게한다. 또 한 가지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은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난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노력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어렵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산 중앙고와 성균관대를 거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평호는 대학 졸업 후 최고의 팀인 삼성화재에 입단한다. 그러나 국가대표 팀이나 다름 없을 정도의 화려한 진용을 자랑하던 삼성화재에서 그에게 돌아갈 자리는 없었다. 공격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작은 신장, 리시브 능력 부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존재. 이런저런 이유로 몇 년 동안 벤치만 지키던 정평호는 결국 상무 입대를 선택하고 여기서 어렵사리 기회를 잡는다. 

공격력은 훌륭하지만 수비력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레프트들이 라이트로 전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레프트와 라이트를 오가던 정평호 역시 상무 입대 후 라이트로 포지션을 고정시키고 꾸준히 출장하기 시작한다.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낮은 높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선수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고 제대 후 또 한 번의 기회를 잡는다. 바로 한국전력으로 팀을 옮기며 프로에서의 기회를 다시 갖게 된 것. 

우리 팀에 필요하지 않은 선수라도 상대 팀에 보낼 바에는 은퇴시켜 버린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주류를 이뤄왔던 배구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어렵사리 얻은 기회나 다름없다. 이 기회에서 정평호는 그 동안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던 울분을 확실하게 터뜨렸다. 그는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프로배구 원년의 기량 발전상을 수상했으며 그리고 두 번째로 맞는 이번 시즌에서도 작은 키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양 시원하게 강타를 꽂아넣으며 국내 정상급 라이트 공격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키 작은 선수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속출하는 배구계의 현실에 역행하며, 팀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갈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배구단에 대한 지원에 인색한 아마 팀 한국전력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때마다 호쾌한 강타를 터뜨리며 작지만 커다랗게 보이는 선수 정평호. 보다 더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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