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이 마침내 출발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 넘게 돌리던 헛바퀴질을 멈추고 추격의 첫 발을 뗐다.
서울은 지난 20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8라운드에서 4-0으로 크게 이기며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지난 7번의 경기에서 단 한 번을 이기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던 서울은 울분을 토하듯 대구에 4골을 퍼부으며 화풀이에 성공했다.
마음고생을 털어낸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작년에 선두를 지키는 법을 보여줬다. 이제는 선두를 어떻게 쫓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챔피언의 왕관을 내려놓고 추격자의 옷을 입은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의 말대로 대구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지난해 서울을 챔피언으로 이끈 승리공식, 데몰리션과 무실점이 모두 투영됐다.
지난해 서울은 데얀과 몰리나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압살한 후 경기당 1골도 허용하지 않는 막강한 수비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냈다. 완벽에 가까운 공수 밸런스에 타 팀들은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랬던 서울이 1승을 올리기까지 고전한 데엔 수비력의 실종이 컸다. 지난 7경기에서 무실점 경기가 없을 정도로 서울은 골을 내주기에 바빴다. 공격진이 골을 뽑아도 수비진은 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허술한 수비가 뒷심 부족의 원인이 되면서 최 감독은 "우리 수비가 약하다는 데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로 수비진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수비력 보완이 급해진 최 감독은 대구전에서 홀로 곱씹으며 준비했던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대성이 후반 17분 부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최 감독은 한태유를 투입해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태유를 중앙 수비수인 김주영, 김진규와 나란히 세우며 4백에서 3백으로 전환했다. 시종일관 4-4-2에서 4-3-3으로 변형되는 전술을 고집하던 서울은 이때부터 3-4-3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높이와 힘을 갖춘 3명의 센터백에 공격력과 활동량이 뛰어난 김치우와 차두리의 윙백 전환은 서울의 간격을 더욱 콤팩트하게 만들었다. 좌우 윙백의 공격가담이 많아지고 수월해지면서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의 3톱은 더욱 중앙 집중을 택했고 2명의 대구 중앙 수비수에 수적 우위를 점하는 장점으로 귀결됐다.
그 효과는 후반 38분 엔드라인까지 파고든 차두리의 침투력과 그의 크로스에 의한 몰리나의 문전 헤딩골로 결과를 만들어냈다. 수비에서도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5명의 수비벽으로 아사모아와 한승엽, 아드리아노 등 측면이 강한 대구의 공격을 사전 차단하는 데 효과를 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의 3백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상대가 높이를 활용할 것 같아 한태유를 투입하며 변칙전술인 3백을 꺼내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직 3백을 변칙이라는 틀에 묶어놓은 최 감독이지만 "3백 전술에 적합한 선수들이 많아 활용하게 됐다"는 말을 덧붙여 단발성으로 끝나는 시도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에 3백은 안성맞춤이다. 우선 센터백으로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여럿있다. 수비진의 짜임새를 이끌 노련한 아디와 높이를 갖춘 한태유를 센터백으로 활용하면 힘의 김진규, 스피드의 김주영을 보좌하며 탄탄한 최후방 수비진을 꾸릴 수 있다. 여기에 차두리와 김치우, 최효진, 고요한 등도 윙백으로 뛸 능력을 갖춰 3백은 서울의 새로운 카드이자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우승 멤버가 고스란히 남으면서 새로운 얼굴이 적은 서울로선 전술적 변화만이 타 팀의 준비를 흔들 수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최 감독이 잠시 꺼내든 3백이 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서울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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