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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류현진 미소에 담긴 속뜻

기사입력 2013.04.09 16:06 / 기사수정 2013.04.12 20:24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 류현진이 이겼다. 첫 승이다.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 두 번째 경기는 80% 성공. 본인이 평가한 성적표다. 첫 경기가 끝나자 여러 갈래 이야기가 류현진 주변에서 피어올랐다. 먼저 평행이론. 어느 곳엘 가든지 그가 속한 팀은 이글스든 다저스든 점수를 내지 못한다는. 성의없는 주루 플레이에 쏟아진, 류현진이 경험한 생애 최초의 야유와 기자회견장에서의 깨끗한 사과. 피안타 10개가 불안했다는 비관론과 1실점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는 낙관론.

두 번 째 경기가 끝나고 상황이 호전됐다. 다저스의 미래다운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를 지배했다, 10승 이상에 신인왕 유력후보다, 라는 언론의 평가에 이어진 돈 매팅리 감독의 칭찬. 1회에 홈런맞고 흔들릴 때 불안하지 않았나? 전혀. 류현진은 쉽게 무너지는 선수가 아니다. 류현진의 멘탈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자가 나타났다. 나는 류현진에게서 강한 사자의 느낌을 받는다.

소생이 느끼는 감정 역시 복합적이다. 먼저 한국 프로야구가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감회. 박찬호 이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아홉 명 째의 한국인이다. 박찬호는 길이 없는 곳에서 길 자체를 만든 사람이다. 그의 발자국이 곧 후배들을 위한 길이 되었던 선구자다.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로 수출한 1호 상품. 박찬호의 성공 이후, 메이저리그는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인식은 원자재 공급지였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을 데려다 마이너리그에서 육성한 뒤 메이저리그로 올려 보내는 전략.

류현진은 다르다. 그는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로 수출한 첫 번째 완제품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사상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그렇다. 류현진 이후, 한국야구의 위상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의 미래설계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원재료나 1차 가공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가지고 당당히 세계와 경쟁하는 나라. 류현진이 하나의 아이콘이자 상징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두 번 째 감회. 이 두 경기를 보고 국내 팬들이 다소 아쉽게 느낀 점이 있다면? 초반의 난조가 평소의 류현진답지 않았다는 것. 일단 공이 좀 높았고 류현진 특유의, 타자를 현혹하는 ‘볼 같은 스트라이크’와 ‘스트라이크 같은 볼’이 많지 않았다. 왜? 긴장했기 때문이다. 좀 더 정밀하게 말하면, 필요 이상으로 긴장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류현진의 웃음은, 몬스터의 괴력이 100% 충전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이 말은 무슨 뜻?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雍也18)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덕아웃에서, 연습장에서, 구단버스에서, 류현진은 늘 쾌활했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동료들과 장난하고, 수비수의 에러로 패전투수가 되더라도 늘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경기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류현진은 야구 자체를 즐기는 선수로 보였다. 야구장의 분위기를 즐기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즐기며 경기를 즐기는 사람.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 적극적인 편안함. 류현진의 웃음은 그래서 즐거움과 편안함이 어우러진 여유의 극치였다.

즐거움은 내면의 움직임이다. 위장할 수 없는 감정상태다. 그래서 순수하다. 순수한 사람은 어린이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다른 선수들을 ‘아무개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추신수 선수의 아들이 류현진 선수만큼은 ‘류뚱’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지 않는가.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경기력은 체력과 순발력, 기타 신체 능력만의 총합이 아니다. 정신력과 성격, 친화력 그리고 자신의 일을 아느냐 좋아하느냐 즐기느냐의 차이가 빚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선수의 성적과 일생을 좌우한다.

子曰 驥 不稱其力 稱其德也
자왈 기 불칭기력 칭기덕야(憲問 35)
해석)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어떤 말을 준마라고 부르는 것은 그 힘을 지칭해서가 아니라 그 다움을 지칭해서다.”

첫 승을 거두고 류현진은 스승님들께 전화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수많은 격려사 가운데 한대화 전 이글스 감독의 한 마디가 소생의 귀를 즐겁게 파고 든다. “넌 뻔뻔해서 잘할 거다.” 64년 째 다저스 경기 전담캐스터인 빈 스컬리(86)는 중계 도중 ‘류현진의 고향 인천은 역사적인 곳’이라고 멘트하고, 인천 상륙작전 이야기를 꺼냈다 한다. 인천의 아들 류현진이 이번에는 태평양을 건너 LA 상륙작전을 펼치는 중이다. 웃음이 돌아오면 류현진은 지지 않으리라. 류현진의 다음 경기와 미소가 벌써부터 그리운 이유다. 끝으로 매팅리 감독께 조심스레 알려드리고픈 사실 하나. 류현진은 사자가 아니라 독수리라는 것!



장원재 교수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게티이미지 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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