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이제 여자농구계에 임영희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임영희는 26일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2~13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지난 19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며 거머쥔 챔피언시리즈 MVP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기자단 투표 96표 가운데 90표를 받았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엄청난 득표다.
임영희는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서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며 떨리는 소감을 밝힌 뒤 "상금으로 동료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가장 힘든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힘든 훈련'이라고 말하며 위성우 감독을 떠올렸다. 매일 통화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준 남편에게 "청소와 밥을 해줘 고마웠다"는 재미있는 말도 남겼다.
임영희는 이날 베스트5에 뽑힌 것은 물론, 3점 야투상까지 수상하며 기쁨을 더했다. 정규시즌에서 3점슛 142개를 시도해 무려 55개를 성공시키며 38%로 초고감도 슛감각을 자랑했다.
뒷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코트에 나서는 임영희는 지난해 결혼한 주부선수다. 어느덧 프로 14년차로 접어든 팀내 최고참이다. 그는 긴 시간 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렇다 할 수상경력도 없었고, 우승반지는 아예 생각도 못했다. 한참 뛰어야할 나이에 벤치를 지키는 일도 허다했다.
기회는 4년전 우리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찾아왔다. 벤치신세를 털고, 경기에 꾸준히 나갈 수 있게 된 것. 이 때 처음으로 기량발전상을 타면서 대활약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팀은 4년 연속 꼴찌로 바닥을 기었다. 코트에는 꾸준히 나섰지만 경기가 끝나면 패배의 아픔을 씹어야했다.
또 한번의 반전이 찾아왔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태풍이었다. "이럴수도 있는가"라는 임영희의 표현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지옥훈련이 밤낮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임영희와 동료선수들은 '승리'에 한걸음씩 다가갔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우리은행은 선두를 질주했다. 꼴찌 탈출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1차목표는 시즌이 시작하자 이내 우승으로 뒤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주장 임영희의 역할이 컸다. 임영희를 중심으로 똘똘뭉친 우리은행은 정규시즌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며 기적을 써내려갔고, 임영희도 양대 MVP를 싹쓸이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마침내 만천하에 알렸다.
기량이 만개한 임영희의 시대는 지금부터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우리나이 서른넷인 임영희가 써내려가는 30대의 성공시대가 주목받는 이유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MVP 임영희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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