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15 01:17 / 기사수정 2007.12.15 01:17
(사진 - 대한항공의 수비의 핵심, 장광균과 최부식)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는 비록 지난 4일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답게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드래프트를 통해 꾸준히 영입한 대한항공의 윙스파이커들은 나날이 기량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구심적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보비도 비록 무릎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는 못하지만 결정타를 때려주는 자신의 역할은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대한항공의 가장 강력한 엔진은 보비도 신영수도 김학민도 아닙니다. 바로 상무에서 제대한 전천후 플레이어 장광균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날개는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장광균은 지난해 강동진이 해줬던 레프트 보공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팀의 공헌도로 따져보면 오히려 강동진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리시브와 수비만 놓고 보면 두 선수 모두 뛰어나지만 한층 안정된 플레이를 펼친 선수를 굳이 뽑으라면 개인적으로 장광균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장광균은 리베로인 최부식과 함께 팀의 서브리시브를 담당하고 있으며 디그와 2단 연결에서도 뛰어난 플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양쪽 날개의 공격력이 뛰어난 대한항공으로선 이러한 살림꾼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였으며 상무시절에 한층 수비력이 강화된 장광균의 합류는 대한항공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었습니다.
또한, 부상의 여파로 공격력에 있어서는 높이와 파워가 떨어진 강동진보다 한층 위력적이고 센스 있는 공격력까지 갖춘 플레이어가 바로 장광균입니다. 현재 국내 레프트 공격수들 중, 상대편 블로킹을 이용해 공격을 성공시키는 기술을 가장 뛰어나게 구사하는 장광균은 자신이 약점인 공격의 높이를 이러한 기교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물론 시합 당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는 보비이지만 장광균의 공격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장광균은 총 득점 부분에서도 보비의 66득점에 이은 63득점(팀 내 2위)을 기록하며 주포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레프트 보공으로서 공격보단 리시브와 디그, 그리고 2단 연결 등 굿은 일에 더욱 전념하겠다던 그였지만 신영수나 김학민보다 오히려 믿음이 가는 공격까지 구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광균은 같은 팀 선배였으며 90년대 한국남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던 ‘원조 배구도사’ 박희상을 연상시킵니다. 빠른 발을 토대로 숨 가쁘게 움직이며 팀의 수비와 리시브를 전담했고, 한 타이밍 빠른 스윙으로 성공률 높은 공격까지 구사한 박희상이 있었기에 당시 대표팀은 일본과 중국을 제친 탄탄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배구의 조직력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보공의 존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번 달 초에 막을 내린 2007 월드컵 남자배구대회에서도 한국 팀의 최대 약점은 바로 이런 만능 플레이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리베로 여오현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와 리시브에서 영 딸리는 모습을 보였으니 팀의 조직력을 살릴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팀이 존재할 수 있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능한 세터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장광균같은 만능 플레이어의 존재입니다. 후위에 빠지면 최부식 리베로와 함께 리시브를 담당하고 상대편의 공격을 받아내는 수비를 펼치며 세터가 토스를 할 수 없을 타이밍에선 장광균이 안정적으로 2단 연결을 만들어 줍니다.
또한, 전위에 들어서면 빠른 공격력으로 득점 포인트를 따내며 높이가 낮은 단점을 상대편의 블로킹을 이용해 쳐내는 기술로 극복해 갑니다. 이렇게 뛰어난 기교를 가진 장광균이 존재하기에 대한항공은 공수주에서 고른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끔 성장하였고 그가 처음으로 가세한 KOVO컵에서는 스페인 거포 팔라스카가 분전한 LIG 손해보험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12일에 있었던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도 대한항공의 문용관 감독은 풍부한 윙스파이커들을 수시로 교체해가며 다양한 전술을 펼쳤지만 장광균만은 모든 경기에서 교체되지 않고 뛰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대한항공의 전력 바탕이 바로 장광균에서 나오는 것이며 공수주에서 큰 역할을 하는 그가 빠지면 대한항공의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장광균같이 궂은 일을 해주는 살림꾼이 든든해야 팀의 전력이 한층 안정되고 다른 공격수들의 위력도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 현대캐피탈은 신인 임시형이 이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아직 완숙된 기량을 보이기엔 2% 부족한 상태입니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과의 대결에서 윙스파이커들의 공격력에서도 졌지만 팀의 전력을 배가시켜주는 보공의 부재도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매경기마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인 장광균은 KOVO컵에서도 MVP에 선정되었으며 문용관 감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선수로 급성장했습니다.
공수주에 걸쳐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레프트 보공이 얼마나 팀의 전력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지는 바로 대한항공의 장광균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진 - 대한항공 점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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