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커지면 커질수록 더 날아가요. 어제 (김)현수 보세요."
한화 이글스의 '뉴 캡틴' 김태균은 달라진 홈 구장의 환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21일 대전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펜스까지의 거리는 크게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넘어갈 타구는 넘어간다'는 것. 그는 "경기장이 커지면 커진 대로 날아가고, 작으면 작은 대로 날아간다"는 생각을 전했다.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은 겨우내 2차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었다. 그리고 지난 19일 새롭게 단장한 대전구장이 첫선을 보였다. 펜스까지의 거리는 기존 좌우 97M, 중앙 114M에서 각각 100M, 122M로 늘어났다. 중앙 담장 높이도 기존 2.8M에서 4.5M까지 높였다. 홈런이 너무 많이 나와 '탁구장'이라고 불리던 대전구장이 투수 친화형 구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타자들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안 넘어갈 타구가 넘어가는 빈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고, 김성한 수석코치는 "아무래도 홈런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가운데로 넘어가는 홈런이 줄어들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만인 지난 20일 두산 김현수가 가운데 담장을 넘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무려 130M. 전광판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김태균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날아가요. 어제 현수 보세요"라고 말한 이유다.
김태균은 계속해서 구장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구장이 작으면 다른 팀 선수들은 다 장외로 쳐야 한다"며 "우리 팀이 잠실구장에 가면 못 쳐야 하는데 (최)진행이는 잠실에서 홈런을 잘 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진행은 지난해 17개 홈런 가운데 5개를 잠실에서 기록했다.
아울러 "홈런 수 감소는 상관없다. 오히려 2루타 등 장타가 더 나오지 않겠느냐"며 "구장이 커진 만큼 나도 장타 걱정이 줄었다"고 말했다. 발이 느린 편인 김태균은 펜스를 직격하는 타구를 날리고도 단타로 끝나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펜스까지의 거리가 늘어나면서 한층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탓일까. 김태균은 이날 4-3으로 앞선 7회말 2사 1루 기회에서 좌측 담장을 넘는 비거리 105M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쐐기포로 팀의 6-3 승리를 이끈 것. 목 담 증세로 5경기만에 출전했음에도 해결사 기질을 발휘한 김태균이다. 그는 경기 후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으면 홈런 쳐야 1루 주자가 들어온다는 생각을 했는데 구장이 넓으니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에는 홈런과 장타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홈런왕을 차지했던 2008년(31개) 만큼 치면 좋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경기 수가 줄고 1~3선발이 들어오는 경기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홈런이 줄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경기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타구는 더 날아간다"는 김태균의 자신감이 올 시즌 '성적 대박'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김태균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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