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시대가 달라졌다. 스포츠 종목서 선수들만 주목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경기장 한 켠에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응원을 돋우는 치어리더에게 시선이 쏠린다. 때로는 관심도가 선수들 이상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사화 됐고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프로야구 9구단 NC다이노스 치어리더 김연정(23)도 한몫 했다. 지난 12일 엑스포츠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정은 "기사에 실명이 거론된 치어리더는 제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치어리더 중 최고라는 자신감이 그를 더 아름답게 했다.
김연정은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국민 치어리더' '경성대 전지현'이라는 별명에 손사레를 친다. 김연정은 "난 그냥 우리 엄마 딸 김연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서 롯데로, 롯데에서 다시 NC로 적을 옮기면서 겪은 속앓이도 모두 털어놨다.
"예전에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제 성품 자체를 비난하는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에도 여러 오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동료와의 갈등, 팀장 자리에 대한 욕심, 금전적인 문제 등 저도 모르게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더군요. 18살 때 치어리더 일을 시작해 벌써 7년차에요. 여전히 치어리더를 바라보며 눈살 찌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했던 일이고, 앞으로도 할 일인데 저를 비롯해 많은 치어리더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이전 팀은 응원 문화가 정착됐으며 새 터전은 이제 첫발을 내딛는 팀이에요. 창원의 응원 문화 정착에 힘을 쏟고 싶었어요."
치어리더들의 근무 상태는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팀 훈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선수들 보다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안무 연습을 한다. 화장, 머리, 의상 등 허드렛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늘 시간에 쫒기다 보니 식사도 불규칙적이다. 일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가면 밤 12시가 넘기 일쑤. 휴일에도 새 안무를 위해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적은 게 치어리더의 현실이다.
"NC로 터전을 옮기면서 제 연관검색어에 연봉 1억원이 떴어요. 말도 안되는 얘기죠. 그 정도 금액을 훗날의 목표로 잡으려고 합니다. 주위에서는 화려하게만 바라보시지만 현실은 일주일도 못 버티고 그만 두는 치어리더들이 많아요. NC로 옮긴 이유 중 하나도 여동생 학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고집하는 까닭은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잊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팬 분들과 하나 되서 응원을 펼칠 때 설명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있어요."
가족 얘기가 나오니 눈물을 글썽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고 부추기니 '성괴'라는 말을 참기 힘들었다고 한다. '성괴'란 '성형 괴물'을 줄인 신조어다. 단 한 번도 생각 조차 해본 적 없고 가족들이 받은 상처로 곱절은 아팠단다. 영락없는 소녀 심성이다. "난 우리 엄마 딸 김연정"에 담긴 진정성이 지금의 그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문구가 아닐까.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김연정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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