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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 키즈' 타란티노 감독, '장고'로 뉴웨스턴을 창조하다

기사입력 2013.03.06 18:50 / 기사수정 2013.03.07 16:1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마침내 서부극을 들고 돌아왔다. 타란티노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 비디오 대여점 점원으로 일했던 그는 열렬한 '영화광'이었다.

고전 영화와 코미디, 그리고 홍콩 무협물과 B급 영화에 심취했던 그는 제도권 출신이 아닌 '독학'을 한 감독답게 자신만의 고유한 색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세계 영화계를 흥분시켰다. 저예산으로 만든 갱스터영화 '저수지의 개들'(1992년)에서 그는 자신의 B급 정서를 마음껏 표출하며 전 세계 영화광들을 흥분시켰다. 하비 케이텔이 시나리오를 보고 홀딱 반해 무명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격 출연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던 이 작품에서 타란티노는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얼치기 갱들이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첫 장면부터 갱과 경찰 등 세 명이 서로서로에게 총을 겨누어 결국 셋 다 죽고마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기상천외한 전개는 하위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영화로 각광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물이 잔뜩 오른 타란티노는 2년 뒤 내놓은, 제목마저 하위문화 그 자체를 나타내는 '펄프 픽션'으로 또 한번 세계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의 진행 시간 자체를 뒤틀어버림으로써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렇게 전개할 수도 있는 것인가"라는 감탄을 자아낸 '펄프픽션'에 대해 취향이 고급스럽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조차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여했던 것이다. 그의 영화에는 늘 저질스러운 대사가 속사포처럼 튀어 나오고, 화면은 유혈이 낭자하고 총격 소리로 요란하지만 뭐라고 말하기 힘든 에너지와 카타르시스가 담겨 있다.

타란티노는 장르영화에 관한한 가히 대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에서 갱영화의 공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던 그는 2003년에는 무협영화 장르에서 또 하나의 걸작을 남기게 되는데 바로 '킬빌'이었다. 이처럼 장르 영화만을 고집해 온 타란티노가 마침내 서부극에도 손을 뻗었다. 오는 21일 국내 개봉하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정통 서부극과 스파게티 웨스턴,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유머와 폭력적인 취향이 조합된 작품이다. 실제로 그는 서부영화에 대해서 무한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 12편을 꼽았는데 그 중 두 편이 웨스턴이다. 특히 그는 1위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서부영화) 걸작인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꼽았고,  2위도 존 웨인이 출연하는 서부극인 '리오 브라보'였다.

'장고'는 타란티노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게 바치는 작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는 서부영화에 정통한 관객들이 보면 무릎을 칠 만큼 장르적인 공식에 충실한 명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장고'에서는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도 읽을 수 있다. 노예제도가 합법화된 19세기 말이 배경인 이 영화는 노예를 거래하는 상인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마스터'가 등장한다.

한 때, 전 세계 여성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장고'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연기하는 켈빈 캔디는 흑인 노예들을 '인간'이 아닌 '사물'로 취급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캔디 앞에 '흑인 총잡이' 장고(제이미 폭스 분)가 등장한다.

과거, 혹독한 노예 생활에 시달렸던 장고는 백인 사회에 복수의 총구를 겨눈다. 타란티노 영화에 등장했던 몇몇 캐릭터들은 악인을 단죄할 때 현란한 대사를 쏟아냈다. 장고 역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하나 둘 씩 제거하며 '넌 이렇게 했기 때문에 죽어 마땅하다'고 설교한다. 이렇듯 '장고'에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통쾌한 대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엔딩 장면에서는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흐른다. 60~70년대 서부영화 팬들에게 친숙한 시리즈인 '내 이름은 튜니티'의 배경 음악이 '장고'의 엔딩을 장식하고 있다. 서부영화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무한 애정'이 담겨 있는 장고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흥행 수익 3억 달러를 돌파하며 타란티노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이 작품은 오는 21일 개봉된다.

[사진 = 장고: 분노의 추격자 포스터]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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