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많은 시청자들을 울린 '눈물의 여왕' 서영이가 또 울었다. 그러나 이번에 운 것은 '이서영'이 아닌 '배우 이보영'이었다. 이보영(34)은 1일 방송된 KBS 교양프로그램 '여유만만'에서 눈물을 보였다. '내 딸 서영이' 종방연에 참석한 그는 이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04년 SBS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출연했던 이보영은 여주인공인 SES 출신의 유진의 그늘에 가려져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가능성만 보였던 그는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가 장점이었다.
이보영의 출세작은 KBS 일일연속극 '어여쁜 당신'(2005)이다. 각박한 현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착하디착한 '유인영'으로 분한 그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찍었다. 시청률 보증 수표인 KBS 일일연속극 히로인 역을 맡은 그는 '대장금'으로 유명한 이병훈 PD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병훈 연출의 SBS 드라마 '서동요'(2005)에서 이보영은 여주인공인 '선화공주'로 출연한다. 큰 기대 속에서 방송된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8%대를 기록하며 나름 승승장구했다. 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에 미친 것은 아니었다.
스크린에도 진출한 그는 '비열한 거리'(2006)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 데뷔작인 '비열한 거리'는 좋은 평가와 함께 흥행도 나름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에 출연했던 '원스 어폰 어 타임'(2008)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보영의 활약은 스크린보다 TV드라마에서 더 두드러진다.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변신에 성공한 그는 '애정만만세', '적도의 남자'에서도 좋은 연기를 펼쳤다. 이보영은 '어여쁜 당신' 이후 6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행작'과는 인연이 없는 듯 보였다.
오는 3일 종영되는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이보영이 출연한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다. 꾸준하게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라선 이 드라마는 지난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넘어섰다. 최근 1~2년 동안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내 딸 서영이'는 '꿈의 시청률'인 50%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평균 흥행작, 혹은 흥행 실패작에 출연했던 이보영은 마침내 '대박'을 터트렸다. '내 딸 서영이'는 이보영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 드라마였다. 최고의 흥행은 물론 연기력도 물이 올랐기 때문이다. 데뷔 초기 단아하고 청순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는 당찬 이미지의 역할도 소화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내 딸 서영이'의 주인공인 이서영은 매우 복잡한 인물이다. 서영은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대기업의 장남인 강우재와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의 존재를 부정하고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을 속였다. 그러나 ‘이서영’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아버지를 외면해야했던 사연과 우재와의 이혼 뒤 홀로 꿋꿋하게 독립을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이보영은 '독함'과 '여린 마음'을 동시에 지닌 이서영의 복합적인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을 연기한 천호진(이삼재 역)과 비교해 결코 밀리지 않는 호연이었다.
마침내 '국민드라마'의 히로인이 된 이보영은 연기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아쉬운 것은 이 드라마가 올해 초에 막을 내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늦은 가을부터 방영된 탓에 주요 상을 모두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내줘야 했다. 만약 '내 딸 서영이'가 조금만 늦게, 혹은 좀 더 일찍 방영됐다면 이보영이 연기대상 후보 1순위가 되지 않았을까.
[사진 = 이보영 (C) 엑스포츠뉴스DB, KBS 방송화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