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은 3일 신한은행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옥자 감독 대신 남은 시즌을 이문규 코치가 지휘한다고 밝혔다.
경질은 아니다. 호칭도 그대로다. 다만 지휘권만 감독에서 코치로 이양한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기존의 감독은 총감독으로 직함을 바꾸면서 2선으로 후퇴하고,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선수단을 맡았다가 대행을 떼거나 코치로 돌아가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KDB생명의 선택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불편했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상황을 설명한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 그리고 KDB생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작금의 사태는 1일 청주 원정길에서 KB국민은행에게 역전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뒤 내려진 결정이며,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당장 효과는 있었다. KDB생명은 신한은행에 73-63으로 승리했다. 뒤숭숭한 분위기였지만 선수들은 침착하게 승리를 일궈냈다. 더구나 상대는 지난달에 3:3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신한은행이었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들이 친정팀과 처음 대결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렇다면 이 승리는 누구에게 기록돼야 했을까. 이문규 코치의 지휘로 일군 승리였으니 응당 이 코치에게 승리가 주어져야겠지만 감독이 분명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만큼 이옥자 감독의 승리로 기록되는 그야말로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졌다.
농구는 감독의 머리 속에서 시작된다. 그 구상이 코트에서 선수들을 통해 구현된다. 감독은 승패에 대한 책임을 지며 지휘한 경기의 승패를 성적표로 받아든다. 그런데 감독은 뒷전에 앉아있고 코치가 나서서 감독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이걸 어떻게 계속 받아들여야 할까. 만일 패했다면 그 책임도 뒷줄에 앉은 감독이 져야 했을까.
언제가 됐든 이 상황은 정리되겠지만 KDB생명이 명쾌한 발표를 하지 못한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게 됐다. 나아가 KDB생명이 남긴 깔끔하지 못한 선례는 두고두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전망이다.
KDB생명은 이번 정규시즌과 챌린지컵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여자농구계에 공헌했다. 리그를 주도하겠다는 수뇌부의 기대와 욕심이 반영된 긍정적인 신호탄이었다. 성적까지 뒷받침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양수겸장은 천운이 따라야 한다.
KDB생명이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하위권으로 쳐졌을 때 확실하고 명확한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뚝심으로 밀고가는 분명한 소신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닌 땜질 처방은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혼돈을 자처한 KDB생명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사진=KDB생명 선수단을 지휘하는 이문규 코치. 뒷줄 오른쪽은 이옥자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