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홍성욱 기자] 야구의 계절이 다시 찾아온다. 국민들을 야구 속에 빠져 살게 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3월 2일부터 대만라운드를 시작으로 일본과 미국까지 이어진다. 벌써 대회가 3회째를 맞는다.
2006년 1회 대회 때 우리나라는 16개 출전국 가운데 가장 좋은 6승1패를 기록하고도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파죽의 6연승을 올리는 과정에선 숙적 일본을 상대로 도쿄돔을 정적에 빠져들게 한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가 터졌고, 장소를 미국으로 옮겨 다시 맞붙었을 때는 이종범의 역전 2루타가 다이아몬드를 가르며 TV를 시청하던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1회 대회는 같은 조 2위와 준결승을 벌이는 이해하기 힘든 경기 방식에 따라 조1위 한국이 같은 조 2위 일본과 다시 경기를 펼쳤고, 0-6으로 패하며 4강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주요 방송사의 9시 메인뉴스는 20분이 넘도록 야구얘기로 줄을 이었다.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온통 사람들이 모이면 야구 얘기로 꽃을 피우며 즐거워했다. 그런 분위기는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여론으로 발전됐고, 결국 병역법 개정을 통해 봉중근 배영수 오승환 김선우 최희섭 김태균 등 11명이 혜택을 받기에 이르렀다.
2009년에 개최된 2회 대회는 그 전 해에 열린 베이징올림픽의 전승우승으로 류현진 김광현 김현수 한기주 이택근 강민호 등 14명이 병역혜택을 받은 직후에 열렸다.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챔피언이라는 자부심으로 대회에 임했고, 결승까지 올랐지만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3-5로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회 대회 때도 경기 방식은 독특했다. 일본과만 5차례나 경기를 펼쳐야 했다. 2승3패로 한-일 시리즈가 끝났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2회 대회는 1회 대회 때보다 한 단계 높은 2위라는 성적을 거뒀지만 병역혜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형성되긴 했지만 올림픽 직후라는 점과 타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로 끝내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제 3회 대회가 한 달 여를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메이저리거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네티 레즈)가 소속 팀의 훈련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고, 김광현(SK) 봉중근(LG) 김진우(KIA) 홍상삼(두산)은 부상으로 빠졌다. 투타에서 힘 있는 선수들이 제외되면서 우리 선수들은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지만 류중일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이 어떤 성적표를 들고 귀국할지는 미지수지만 1회나 2회 대회처럼 4강 이상의 좋은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다면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병역은 국민의 기본 의무다. 그 의무는 숭고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헌신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도 의무의 범주 안에 속해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숙적 일본과 국제무대에서 늘 우리를 괴롭혔던 대만, 넘기 힘든 산이었던 아마 최강 쿠바에다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미국과 중남미 팀들까지 첩첩산중을 하나씩 싸우며 넘어선다면 병역혜택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병역법 시행령 47조에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병역이 면제되는 `체육요원'으로 선정한다고 적혀있다. 현재 올림픽에서 야구는 정식종목이 아니다. 이제 아시안게임 말고는 야구선수들이 공식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셈이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될 때까지 한시적이라도 WBC대회를 병역혜택에 포함시켜주면 어떨까.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종목인 야구가 이번에는 거꾸로 타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시점이다. 물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는 것이 순서겠지만 법 개정의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겠다.
[사진=3회 WBC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KBO 제공]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