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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男싱글 대부' 정성일 코치의 '점프의 정석'

기사입력 2012.11.12 12:29 / 기사수정 2012.11.12 12: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의 기술 중 백미는 단연 '점프'다. 빙판을 치고 공중으로 도약하는 점프는 피겨의 기술 중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점프지만 선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종류도 많다. 또한 가산점(GOE)을 받을 수 있는 점프와 잘못된 점프를 칭하는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도약하는 점프) 그리고 회전 수 부족으로 매겨지는 언더로테 등이 존재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22, 고려대)를 통해 '명품 점프'의 실체와 그렇지 못한 점프는 많이 알려진 상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점프의 종류와 '정석'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 남자 싱글의 간판이었던 정성일(43) 코치는 트리플 5종 점프는 물론 트리플 악셀까지 구사했다.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을 구사했던 그는 "피겨의 점프는 여러 가지 종류와 방법이 있지만 정답은 없다"라고 정의했다.

스트레이트로 가는 북미 스타일과 원형을 이용한 유럽 스타일

세계 피겨의 역사는 북미와 유럽으로 나뉘어져 진행됐다. 자연스럽게 점프도 '북미 스타일'과 '유럽 스타일'로 크게 양분된다.

정 코치는 "나는 개인적으로 북미 스타일 점프를 추구했다. 미국에 가서 프랭크 캐롤 코치의 지도를 받은 이후 한 달 만에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익혔다. 북미의 점프는 '스트레이트'로 요약할 수 있는데 정통적이고 교과서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스트레이트'는 Square(직사각형)를 의미한다. 점프를 시작하기 전 상체를 네모 모양으로 고정시키고 일직선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다. 김연아가 자신의 장기 중 하나인 트리플 러츠를 구사할 때 뒤로 활주하면서 상체를 흔들지 않고 고정시킨다. 이 때 상체의 모양은 직사각형 모양이 되고 이 상태로 도약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미 스타일 점프에 대해 정 코치는 "북미식 점프는 매우 교과서적이기 때문에 익히기는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점프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미국 피겨의 대부인 프랭크 캐롤은 세계선수권 5회 우승에 빛나는 미셸 콴(31)과 2012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에반 라이사첵(27) 그리고 미라이 나가수(19) 등을 지도했다.

이 선수들의 점프를 보면 도약 전 상체를 좀처럼 흔들지 않고 사각형 모양으로 고정시킨다. 김연아를 비롯한 국내 선수 대부분도 이러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러시아와 동유럽) 스타일은 스트레이트가 아닌 라운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원과 직선을 조합하는 이 점프는 도약 전 선수들의 상체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거나 벌어진다. 북미 스타일은 도약할 때 팔과 상체를 벌리지 않지만 유럽식은 상체를 많이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정 코치는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센코 그리고 이리나 슬루츠카야 등 러시아 선수들의 점프를 자세히 보면 북미 선수들과 차이점이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상체를 움직이는데 이러한 점프는 라운드(원)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스타일과 유럽식 점프 중 어느 쪽이 낫다는 정답은 없다고 정 코치는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북미 식의 점프를 구사하고 있다. 김연아의 성공 이후 교과서적인 점프를 위해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뛰어난 점프는 '스피드와 제구력을 겸비한 직구'와 비슷하다

김연아가 가산점(GOE)을 많이 받는 이유에 대해 정 코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피겨 외에 야구광인 정 코치는 "모든 스포츠에서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야구를 예로 비교해보면 빠른 강속구가 있어야만 좋은 투수로 살아남을 수 있다. 피겨에서 활주 속도와 점프의 높이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성공률이 높아야 비로소 퀄리티 높은 점프가 완성되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정 코치는 "투수가 160km의 강속구를 던져도 스크라이크 존에 넣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피겨도 마찬가지다. 스피드와 높이 여기에 높은 점프 갖추게 되면 질이 뛰어난 점프를 완성할 수 있다. 김연아는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덧붙었다.



뛰어난 투수들은 스피드와 함께 제구력을 겸비한다. 여기에 뛰어난 수비력과 견제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피겨 역시 빠른 활주 속도와 점프 높이 그리고 성공률까지 뛰어나면 비로소 '점프의 완성형'에 들어선다.

1991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남자 싱글 은메달을 획득한 정 코치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국제대회 메달을 거머줬다. 또한 91년과 92년 아시안컵 정상에 등극하면서 아시아 간판 스케이터로 성장했다.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그는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국내 남자 싱글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1988년 캘거리와 1992년 알베르빌 그리고 94년 릴리함메르 등 세 번에 걸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에서 지도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정 코치는 "피겨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하나는 남자 싱글 부분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출연해 지금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캘거리, 1992년 알베르빌,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정성일 코치의 ID카드

[사진 = 정성일, 김연아, 에반 라이사첵, 알렉세이 야구딘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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