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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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신치용 감독이 공개한 '용병 농사직설'

기사입력 2012.11.07 04: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해외 유명리그에서 쌓은 명성은 중요치 않다. 하려고 하는 의욕과 성실성. 자신을 버리고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정신. 독자적인 플레이보다 팀에 쉽게 융화될 수 있는 능력.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들이 갖춰야할 필수 목록이다. 이러한 목록은 외국인 선수 농사를 위한 '농사직설'로 완성됐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삼성화재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 세 시즌동안 팀의 ‘절대적 공격수’롸 활약한 가빈 슈미트(캐나다)가 떠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화재는 쿠바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22, 삼성화재)를 선택했다. 가빈의 공백을 대신하기위해 입단 테스트를 받은 외국인 선수는 5명 정도다.

이들 중 신 감독의 마음에 쏙 드는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눈여겨보았다. 신 감독은 "배구 이해도는 가빈보다 레오가 뛰어나다. 하지만 신장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가고 몸이 약해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택을 놓고 홀로 고민을 간직하지 않았다. 팀 내 선임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월드 리베로' 여오현(34, 삼성화재)은 레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놓고 노장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여)오현이는 레오가 몸이 약해 보이지만 몸은 언제든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배구 이해도가 좋기 때문에 레오를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결국 레오는 삼성화재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프로 출범 이후 '용병 농사'에서 대부분 풍년을 경험한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레오는 팀에 합류한 뒤 2주 정도 지났을 때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몸이 아프다며 훈련은 물론 삼성화재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거부했다. 신 감독은 이러한 레오를 꾸짖었다. 외국인 선수를 위한 '특혜'를 허락하지 않고 팀에 따라와 주도록 충고했다.

레오는 22세의 젊은 나이지만 두 아이를 둔 가장이다. 가족을 위해 한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그는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팀의 요구를 듣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에 베테랑 선수들도 동참했다. 여오현을 비롯한 선임선수들은 레오를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안이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 팀 분위기에 레오는 조금씩 융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시즌 개막전에서 51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손해보험과 원정경기는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상대편에는 자신과 같은 고국의 선배인 까메호(26, 쿠바)가 버티고 있었다. '쿠바산 특급'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 경기에서 최종 승자는 레오였다. 레오는 36득점에 49.18%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던 반면 기대를 모았던 까메호는 18득점에 35.29%의 공격성공률에 그쳤다.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박철우도 14득점을 올리며 레오를 지원 사격했다. LIG손보의 이경석 감독은 "레오는 물론 박철우까지 살아난다면 삼성화재는 더욱 이기기 힘든 팀이 된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특혜를 허락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과 동일하게 훈련을 시킨다는 점.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베테랑 선수들의 외국인 선수 다독여 주기. 명성보다 하고자하는 의욕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농사직설'은 올 시즌 초반에도 적중했다.

삼성화재의 주장인 고희진은 "레오는 이번 경기에서 까메호에 절대지지 않으려는 의욕이 강하게 보였다. 어린 선수들은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데 레오는 그렇지 않다. 바둑으로 비유하면 두수 세수를 먼저 생각하는 장점이 있다"며 레오를 격려했다.



[사진 = 레오, 신치용 감독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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