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캐릭터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걸까.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종영했지만 이준기에게서 은오 사또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나왔다.
그의 눈빛과 말씨에서 군 제대 후 첫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했지만 데뷔 후 10년 동안 쌓은 연륜 덕인지 인터뷰 내내 여유있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기자의 어떠한 질문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오목조목 늘어놓는 이준기는 예상했던대로 상대방을 사로잡을 줄 아는 매력적인 배우였다.
이 매력적인 배우는 작품에 대한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데뷔 초보다 주연 배우의 역할과 책임감을 인식하게 됐다는 그는 "영화 '왕의 남자'때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여유가 생겼다"라며 미소지었다.
"여유도 생기고 연륜도 생겼어요. '왕의 남자'때는 너무 신인이어서 현장에 대해 잘 몰랐어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고 할까? 공길이 캐릭터만 잘 표현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는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배웠어요. 주연배우는 현장을 놀이판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해요. 배우들끼리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그게 주연배우의 몫이죠."
2011년 2월 제대하고 주연배우로서 브라운관에 컴백한 이준기는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이자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한량 사또 은오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사랑, 증오 등 갖가지 감정을 안고 있는 은오와 일체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조선시대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등에 업고 방영 초반 탄력을 받았던 '아랑사또전'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많은 이야기가 뒤섞이며 이도 저도 아닌 드라마가 됐다. 결국 동시간대 시청률 2위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그는 "시원 섭섭하다"는 짧지만 간결한 말로 종영 소감을 대신했다.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해서 배우로서 냉정한 심판대에 올랐어요. 더 재미를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해요. 그래도 나름대로 배우로서의 역량에 대해 많은 칭찬을 받고 시청자분들도 좋게 봐주셔서 만족하고 감사해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어느덧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 이준기이지만 그의 사전에서 자만, 허세 같은 수식어를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스타 배우가 아닌 친근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인터뷰에서부터 느껴지는 겸손함 때문이었으랴.
"배우가 되고 싶은데, 스타가 된 이준기는 제가 생각해도 싫었어요. 마치 저질스러운 연예인 같은 느낌? 결과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절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고 외로움에 직면하기도 했죠. 빨리 다잡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시기를 겪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그로 인해 얻는 것들의 깊이는 남들과 다르거든요. 안 좋은 시기에는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죠. 당당하게 즐기기도 해야 하고요."
잘나가는 배우였던 이준기는 2010년 5월 군입대로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갖게 됐다. 2년간의 긴 공백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더 절실해질 수 있는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결실을 얻었다는 그는 "예전처럼 아둔하게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거에요. 젊은 배우답게 계속 도전하고 변화무쌍한 면모를 보여줘야죠"며 단호히 말했다.
"2년 동안 통제된 삶을 살고 지시와 명령에 복종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연기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사니까 나가고 싶었죠.(웃음) 그래서 지금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해요."
이준기의 겸손함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에게 탐나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떤 역할이든 그 배우 이상으로 할 수 없다"는 이준기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캐릭터든 그에 걸맞게 캐스팅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랑사또전'에서 연우진씨가 맡은 주왈 역도 제가 했으면 잘하지 못했겠죠.특히 연우진씨는 후배배우지만 극찬하고 싶은 배우에요. 제가 선배지만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이나 자세에 있어서는 오히려 배울 점이 많거든요."
'아랑사또전'의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역시 신민아와 한정수, 연우진, 권오중 등 동료 배우들의 힘이라며 공을 돌리는 그에게서 '인간' 이준기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겸손한 삶을 강조하는 그를 보니 앞으로도 한결같은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배우 이준기와 인간 이준기의 목표는 동일해요. 내 삶의 패턴이나 가치관이 그 중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에 있어서는 욕심을 내되 결과물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또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따스함과 건강함이 느껴지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좋겠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이준기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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