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포항, 조용운 기자] 가끔은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솔직 담백한 말이 더 깊은 감정을 전할 때가 있다. 생애 처음으로 프로 감독으로 우승컵을 거머쥔 황선홍 감독이 바로 그랬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경남FC에 1-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전후반 90분에 이어 연장 종료 직전까지 골이 나오지 않아 0-0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거짓말처럼 종료 1분 전 박성호의 머리에서 결승골이 터지며 포항은 드라마 같은 짜릿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황선홍 감독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가슴 한구석에 맺혀있던 답답함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데서 오는 승부사의 눈물이었다.
팬들의 우스갯소리처럼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때도 울지 않았던 황선홍 감독이었기에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 우승은 너무도 잡고 싶던 하나의 꿈이었다.
부산 아이파크를 지도하면서 리그컵과 FA컵 결승에 올랐었지만 2번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징크스라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오는 만큼 반복된 준우승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승부차기가 예견되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그 시점에 나온 박성호의 결승골은 그래서 더 황선홍 감독을 울리기 충분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향해 처음 내뱉은 말도 여느 때와 달랐다. 노병준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에 "감독님이 들어와 처음 한 말이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건지'였다"며 "아무래도 우승을 처음하셔서 그런지 얼떨떨해하셨다"며 웃어 보였다.
이제야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는 말처럼 황선홍 감독의 첫 우승은 처음 우승하는 감독의 기쁨을 거짓 없이 표하는 데 충분했다.
[사진 = 황선홍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