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포항, 조용운 기자] 승부차기를 고려하던 순간 한명은 웃고 한명은 고개를 숙였다. 웃은 쪽은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이었다.
포항은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경남FC와 연장 혈투를 펼친 끝에 연장 후반 14분에 터진 박성호의 결승골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우승을 차지한 상금 2억원과 함께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가져가며 모든 것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날 우승으로 황선홍 감독은 프로 무대서 생애 첫 우승의 영예를 안으면서 명장 반열에 발을 들여놨다.
두 팀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양 감독의 '첫 우승'을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결승전이었다. 결승전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가장 열을 올려 말했던 감독들의 바람은 바로 자신의 첫 우승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우승 갈망이 없는 감독은 없겠지만 황선홍 감독만큼 목이 마른 이도 없다.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마친 후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속설과 달리 황선홍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며 컵대회와 FA컵 준우승의 성과를 달성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기억에 남은 것은 모두 우승팀뿐이었고 황선홍 감독은 2번의 도전에도 우승을 하지 못한 비운의 감독이 되어 있었다.
포항을 이끌고 우승 3수에 도전한 황선홍 감독은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절실하다. 우승에 대한 열망은 나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강렬한 각오를 밝혔다.
반면 경남의 최진한 감독은 프로 무대서 처음 맞이한 우승 도전이지만 고교와 대학 감독을 지내면서 많은 우승을 맛봤던 감독이다. 짜릿한 그 기억을 프로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 최진한 감독의 생각이었다.
두 팀 감독의 큰 열망이 맞부딪힌 만큼 경기는 90분 정규시간을 넘어 연장 120분이 흐를 때까지도 무게 추가 한 쪽으로 기울지 않으며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축구를 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때 펼쳐졌다. 사실상 포항의 마지막 공격에서 박성호는 포항에 우승컵을 안기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그렇게 황선홍 감독의 한은 눈녹듯이 녹아내렸다.
반면 팀의 재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우승이 필요했던 최진한 감독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떨구며 황선홍 감독의 첫 우승 조연이 됐다.
[사진 = 황선홍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