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문학, 강산 기자] "SK하면 김광현이다."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의 말이 맞았다. 김광현은 '승부수'를 '정공법'으로 바꿔놓았다. 많은 이들이 김광현의 1차전 선발을 두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그는 실력을 증명해 보이며 팀에게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김광현은 16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5피안타 1볼넷 1실점 완벽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김광현은 2008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이만수 감독이 15일 열린 미디어데이서 "1차전 선발 투수는 김광현"이라고 발표하자 많은 이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광현의 올 시즌 성적은 8승 5패 평균자책점 4.30. '에이스'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2차례 등판했지만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롯데를 상대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3으로 괜찮았던 것이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1회부터 최고 구속 150km의 강속구를 미트에 꽂아넣었다. 1회 잡아낸 2개의 탈삼진 모두 직구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그것도 150km 직구였다. 이날 김광현이 잡아낸 탈삼진은 10개. 역대 플레이오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위기를 탈출할 때면 격한 세리머니도 서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김광현의 설명. 그만큼 그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롯데 선발 쉐인 유먼도 5⅓이닝 7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김광현을 넘지 못했다.
위기도 있었다. 4회초 문규현과의 승부 도중 다리를 부여잡고 마운드에 주저앉은 것. 호투를 펼치던 그가 큰 부상을 입는다면 1차전의 흐름이 넘어가는 것은 물론 향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문규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는 당시 상황을 묻자 "쥐가 났을 뿐이다. 너무 세게 던져서 그런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아울러 "이로 인해 클리닝타임 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6회 다소 흔들리는 결과가 나왔다. (박)진만이형의 호수비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선발 유격수로 나선 박진만은 1-1로 맞선 6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상대 대타 박준서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키며 김광현과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김광현의 호투에는 주위의 자극도 한몫했다. 그는 "오늘 출근하자마자 신문 1면에 '이만수 감독의 도박'이라는 단어가 보이더라"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오늘 한 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자신있었다"고 했다. 그의 강한 승부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감독도 경기 후 김광현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또한 김광현은 제3의 변화구가 생겼다는 점에 대해서도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스플리터, 투심, 체인지업 가운데 어떤 공을 제3의 변화구로 선택할까 고민했다"며 "엊그제 불펜 피칭 때 성준 코치님이 투심을 던져보라고 하더라. 던져보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일단 제3의 변화구가 생겼다는 게 너무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와 올해 부상이 겹쳐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던 김광현, 플레이오프 1차전서 보여준 완벽투는 본인은 물론 팀의 포스트시즌 행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 김광현의 호투가 PS 내내 이어질 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김광현 ⓒ 문학,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