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괴물 투수'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전반기는 '실패'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불운도 따랐하지만 모든 경기를 '불운' 두 글자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넘어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실점해 주도권을 넘겨주기도 했고, 체인지업의 위력도 한창 좋을 때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전반기 15경기 선발 등판 성적은 3승 5패 평균자책점 3.51.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자책 이하)는 10차례였지만 '괴물급' 투수의 면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선발 등판한 11경기서는 모두 QS를 기록하며 6승 4패 평균자책점 1.85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후반기 들어 '완전체'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7탈삼진 1볼넷 1실점 완벽투로 시즌 9승(9패)째를 달성했다. 10승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 지난 18일 포항 삼성전을 마친 뒤 "남은 시즌 2차례만 등판하겠다"고 밝힌 그에게는 이제 1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2006년 이후 6년 만의 200탈삼진에도 단 2개만을 남겨둔 상황. 7년 연속 10승-200탈삼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눈 앞에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류)현진에게 3번 등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구원 등판으로 10승 하고 싶지는 않다"던 류현진은 이마저도 고사했다. "투구수를 조절한다고 해도 4일 쉬고 3번 등판하면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좋은 컨디션으로 2번 던지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 25일 경기를 보면 그가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실 류현진이 지난달 4일 SK전부터 3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7년 연속 10승은 어렵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페이스로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이후 5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1.03의 완벽투를 펼치며 10승 가능성을 끌어올렸고, 이제는 목표 달성의 길목에 서 있다.
그렇다면 후반기 들어 류현진의 무엇이 달라졌을까. 류현진은 25일 경기 후 "코너워크에 더욱 신경 써서 던진다"며 "그러다 보니 장타를 덜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경기 후에도 "코너워크와 제구에 신경 썼고, 초반보다 중반에 더 강하게 던졌다"고 했다. "본인이 알아서 힘을 조절한다"는 한 감독의 평가가 틀리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전반기 10개의 홈런을 내준 류현진의 후반기 피홈런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장타를 덜 맞으니 평균자책점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안타를 맞아도 산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내준 장타는 지난 18일 포항 삼성전서 강봉규에게 허용한 2루타가 유일하다. "코너워크가 잘 되니 장타를 덜 맞는다"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닌 것이다.
이날 경기 후 "1승 남았습니다"라며 밝게 웃은 류현진에게 남은 등판기회는 단 1차례.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도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만큼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부담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제 발로 승리를 따내는 데 익숙해진 류현진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즌 마지막 등판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류현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