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인 제34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이 '무명' 정희원(21, 핑)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이번 대회는 4일 내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갤러리들이 경기 장소인 경기도 안산 아일랜드CC를 찾았다. 정희진의 독주로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전력을 다하는 골퍼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메이저 퀸'에 등극한 정희원은 이번 대회 우승상금 1억4천만 원을 챙기면서 상금순위 9위로 뛰어올랐다. 이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정희원은 상금순위 3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규모가 큰 메이저대회를 정복하면서 앞으로 5년간 KLPGA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외환·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권도 거머줬다. 이번 대회를 기준으로 상금순위 12위에 오르는 골퍼들은 다음달 19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LPGA 외환·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새로운 메이저 퀸의 탄생, 흥미진진해진 상금순위 경쟁
정희원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9월 KLPGA에 입회한 그는 4년 동안 단 한 번도 투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올 시즌도 지난 8월에 열린 넵스 마스터피스 2012에서 8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10위권 진입에 성공했고 가장 최근 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6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서 정희원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장타력도 뛰어났고 퍼트도 한층 정교해졌다. 우승을 한 뒤 인터뷰에서 정희원은 "그동안 퍼트가 문제가 많아 고생했다. 하지만 피트니스를 체계적으로 밟으면서 밸런스가 좋아졌고 퍼트도 안정감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정희원의 캐디를 맡은 고진영(17, 은광여고)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 현재 국가대표 상비군인 고진영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희원의 멘탈을 조정해줬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뛰어난 조언자가 됐다.
고진영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골퍼가 필드 위에 서면 믿을 이는 캐디 밖에 없다. 내가 흔들리면 (정)희원 언니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잘 웃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희원 역시 "이번 우승의 감격은 첫 번째로 하느님에게 돌리고 두 번째는 부모님이다. 세 번째는 캐디인 (고)진영이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덧붙었다.
정희원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위권 선수들의 순위 변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김자영(21, 넵스)이 3억6천3백7십 만원으로 상금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번 대회 6위에 오른 양수진(21, 넵스)이 2억7천7백9십만 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선수권 우승자인 이미림(22, 하나금융그룹)이 2억5천3십만 원으로 3위에 올랐고 한경챔피언십에서 2위에 오른 허윤경(22)은 2억3천7백만 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금왕'인 김하늘(24, 비씨카드)은 이번 대회 4위에 이름을 올리며 5위로 도약했다.
활짝 웃은 정희원-이정민, LPGA 출전권 놓친 정혜진-윤채영
정희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고대했던 생애 첫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5년간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10월에 국내에서 열리는 LPGA 대회에도 초청을 받게 됐다.
한경챔피언십 전까지 상금순위 12위에 올랐던 이정민(20, KT)도 이번 대회 3위에 오르면서 10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김지현(21, 웅진코웨이)과 홍란(26, 메리츠)도 이번 대회까지 상금순위 11, 12위에 오르며 LPGA 외환‧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 대회 직전까지 상금랭킹 11위였던 정혜진(25, 우리투자증권)은 14위로 밀리면서 출전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윤채영(25, 한화)도 13위에서 12위 진입을 노렸지만 15위로 하락해 LPGA 출전 기회를 잃었다.
윤채영은 한경챔피언십 첫 날 공동 2위에 오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2라운드에서도 공동 3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3라운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5타를 잃으며 7오버파 295타로 공동 35위로 추락했다.
숱한 화제를 낳은 이번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은 새로운 메이저 퀸의 등장과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출전 선수를 결정지으며 막을 내렸다.
[사진 = 정희원, 양수진, 김자영, 윤채영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김성진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